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오랜 기간 변동이 없었던 자동차 판매 순위에도 변화를 주는 등 자동차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요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높은 판매 신장을 보이면서 이같은 판매 순위 변동의 주역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최다 판매기록을 나란히 경신하면서 올해 역대 최고 연도별 실적을 넘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78만5,646대에 달해 전년 동기의 53만5,934대에 비해 46.6%(24만9,712대)나 급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6년 142만2,603대 판매로 미국 시장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연도별 판매를 기록한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판매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판매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최다 연간 판매량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차·기아는 이같은 판매 신장에 힘입어 전체 제조사 판매 순위에서도 6위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까지만 해도 오랜 기간 닛산/인피니티에 비해 판매량이 적어 7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20만8,374대를 판매하며 89만9,217대에 그친 닛산/인피니티를 제치고 연간 판매 순위에서 6위에 올랐다.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그룹(현대·기아·인피니티)의 올해 상반기 판매가 혼다/애큐라의 83만3,510대에 비해 불과 2만8,566대 차이까지 따라 잡은 것에 주목하면서 올해 3분기 또는 올해 전체 판매량에서 혼다/애큐라를 뛰어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제네시스는 전년 상반기 대비 48.1%의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요 제조사 중 BMW/미니의 5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어 마즈다(46.8%), 폭스바겐(45.8%), 도요타/렉서스(44.5%), 혼다/애큐라(40.7%) 순으로 판매 신장률이 높았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44.5% 판매 증가에 힘입어 4.9% 판매 증가에 그친 포드/링컨을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GM과 함께 양대 제조사인 포드/링컨은 올 상반기 판매량이 100만대에도 미달하며 도요타/렉서스에 2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하반기에도 판매세 신장을 이어갈 주요 이유로 제조사 중 가장 다양한 SU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 모델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이 11개에 달하고 올 하반기에는 첫 트럭인 ‘싼타크루즈’를 판매하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 5 판매가 유력시된다. 기아도 현재 판매 모델이 13개에 달하고 역시 내년에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6의 판매가 예상된다. 여기에 제네시스도 기존 G70, G80, G90 세단 모델에 SUV GV80과 GV70으로 판매 모델 수를 늘리고 있어 3개 한국 브랜드의 판매 모델이 무려 32개 모델에 달하게 된다. 이는 혼다/애큐라 브랜드의 18개 모델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