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기다리던 방북 입국 사증을 북한 대사관에서 받고 철의장막 북한으로 가 남북 통일의 아주 작은 물고라도 뚫어 보겠다는 순수한 목적과 뜻을 펼칠 수 있게 됐는데 왜 같은 민족과 형제들이 사는 북한을 가는데 불안하고 긴장이 되며 마치 사지로 가는 기분인지 마음이 착잡했다.
탑승을 위해 활주로를 향하는 버스 안에는 김일성 뱃지를 단 북한 고위층들과 일본 조총련 학생들 뿐이라 우리 일행은 마치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다.
스튜어디스의 안내로 일행과 함께 일등석에 앉은 나는 승무원에게 신문과 잡지를 부탁헸다. 가지고 온 신문을 보니 대문짝만하게 “원쑤(원수) 미 제국주의자들을 까부수자”라는 기사가 실려있다. 내용은 9월3일 미군함정 셔만호가 대동강에 침입한 날인데 그 때부터 미국놈들이 조선을 무력으로 침략했으며 지금도 그 야비한 침략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원쑤 미국을 까부셔야 한다는 기사다.
그런데 미국 시민권자인 나는 원쑤 미국을 까부수겠다는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있다. 북한의 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라 미국 시민권자인 나를 처벌하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과거 탤런트 시절 반공 드라마를 많이 했고 악질적인 북한 고위층 역활을 많이 했으며 또 애틀랜타 신문 칼럼을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과 북한 정권을 신란하게 비판한 것으로 인해 큰 화를 당하게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북한행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고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체념하고 북한이 나의 목적과 신분을 다 파악하고 입국을 허락한 이상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위를 했다.
잠시 후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이어져 밖을 내다보니 산과 들과 주택들이 남한과 똑같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인권이 탄압 받고 무자비한 독재 탄압으로 인권과 자유가 박탈당한 철의 장막이란 아무런 표시가 없다.
분단된 아름다운 강산 단군의 자손인 백의민족이 수 천년 간 살아온 땅 조상이 물려준 아름답고 고귀한 강산이다. 그런데 6.25 남침과 동족상잔의 비극과 휴전으로 분단된 채 지금도 총을 마주 겨누고 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이 얼마나 더 많은 시련을 겪어야 될지 알 길이 없다.
드디어 비행기는 순안비행장에 도착했고 우리 일행은 입국 심사장을 향했다. 공항청사 꼭대기엔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고 그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심사대에 도착하니 40대 남자가 우리에게 미국 동남부 무역협회에서 오시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8박 9일간 우리 일행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안내를 해 준 북한 영접부 소속 L씨다.
입북 수속이 끝난 후 안내원은 여권을 잃어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자기네가 보관했다가 출국할 때 돌려주겠다면서 반강제로 압수를 했다. 너무나 황당했지만 거절할 방법이 없다. 여권이 없는 우리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면 법적인 아무런 증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