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농식품 해외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의 ‘역대급’ 수출 기록 이면에는 김치와 라면의 ‘쌍두마차’가 미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미국이 제2의 한국산 농식품 수출 대상국으로 급부상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연간 누계 기준(잠정)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7.7% 증가한 7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 2016년 64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농식품 수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며 5년 만에 17% 급증, 11억달러가 늘었다.
특히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한국의 농식품 해외 수출이 금액과 신장률 면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는 미국 시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한국 농식품 규모는 12억1,000만달러로 38.0%나 급증했다. 미국은 신선·가공식품의 고른 수출 호조로 3월 이후 3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중국(11억3810만달러)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미국이 한국 농식품 2위 수출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김치와 라면이라는 두 ‘쌍두마차’ 덕분이다.
김치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2,3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55.7%나 늘었다. 일본(7,110만달러)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김치 시장이다.
‘종가집’ 브랜드를 앞세운 대상이 1위, ‘비비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CJ제일제당이 2위 김치 수출업체다. 두 회사의 수출액은 올해 들어 모두 30% 이상 늘어났다.
대상의 경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개국에 김치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그중 미국 시장에서 김치 판매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상 아메리카 서부지역 본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전통 음식이나 발효 음식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덕분에 인기가 있다”며 “미국 현지에서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한 것도 김치 판매량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 김치’를 미국을 위시해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비비고 김치’ 관계자는 “매년 수출액이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김치 판매 수출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이 미주 지역으로 전년 대비 50% 가량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라고 말했다.
라면의 경우 한류, 장기보관이 가능한 편의성,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의 판촉·홍보 전략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수출 규모가 6억달러를 넘어서면서 29.3%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은 한국산 라면을 지난해 8,230만달러나 수입하면서 전년 대비 53.7%나 급증했다.
한국 라면은 코로나19 사태로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비상식품과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 판매 수요도 크게 늘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홍보 효과도 한국 라면 인지도의 미국 내 확산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내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대표 업체 중 하나인 농심의 경우 미국 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까지 고려하면 라면 수출 규모는 더 커진다.
팔도와 삼양식품, 오뚜기도 지난해에 비해 20~30% 정도 라면 수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