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비즈니스맨으로 살아온 그의 이력에 나르시시즘이 더해지면서 성격적 특성으로 굳어진 것 같다. 정치에 발을 디딘 이후에도 그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다. 마치 리얼리티 TV 쇼를 진행하듯 정치를 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후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언론”이러고 비난했던 뉴욕타임스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위대한 보석으로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트럼프가 다시 뉴욕타임스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재개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일개 비즈니스맨이 아닌 일국의, 그것도 세계를 움직이는 주도적 국가인 미국의 지도자라는 점이다. 지난해 열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위한 공개청문회에 제출된 녹취록에서 증인들은 “트럼프가 변덕스럽고, 아첨에 약하며, 원한을 잘 품는 성향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런 성향 때문에 행정부의 고위 관료와 외교관들은 대통령의 입장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예고 없이 중요한 정책 변경이 일어날 때를 대비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폭로했다.
트럼프는 심한 변덕과 그에 따른 경솔한 결정으로 국정을 종종 혼란에 빠뜨리고 위태롭게 만든다. 트럼프 취임 후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언론들은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변화가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동맹국의 의구심을 키운다고 비판해왔다. 이런 트럼프에 대해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종이로 가득 찬 바구니에 불을 지른 뒤 이를 끄는 사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수많은 미국인들의 생존이 결려 있는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과 관련해서도 예외 없이 변덕을 부렸다. 코로나19 퇴원 직후 경기부양안 협상중단을 선언해 수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증시에 충격파를 던지더니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이번에는 조속한 부양책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트위터에는 “통 크게 가라”는 내용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의 이런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해석은 분분하다. 코로나19 때문에 받은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고 연방하원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행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다시 경기부양안을 언급했지만 그의 관심은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1,200달러 경기부양 체크와 항공사 구제 패키지에만 집중돼 있다. 직장을 잃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실직자들과, 생활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으며 팬데믹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과 구제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변덕을 부리는지 의중을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의 행보는 용서받기 힘들다. 당장 팬데믹으로 인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로부터 “트럼프가 우리와 같은 미국인들의 삶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일거리가 완전히 끊겼다는 뉴욕의 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CNN 기고를 통해 “연방의회 부양안 타결이 계속 미뤄지면서 소액의 주 실업수당과 연방 수당으로 꾸려온 생계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어떤 청구서를 먼저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과 워싱턴 상황을 바라보는 게 자신의 풀타임 잡이 돼 버렸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주 연방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미국 가정들과 비즈니스들에게는 불필요한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의 끝없는 변덕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주고 감내할 생각이 있는지 11월 대선결과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