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두달 만에 다시 맞손을 잡으면서 재계에는 두 그룹이 만들어 낼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1, 2위 그룹 총수들이 불과 두달 만에 다시 만난 것도 관심거리지만 미래 먹거리가 될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 육성과 발전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양 사 경영진들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나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뛰어넘어서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세계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내놓은 ‘2025 전략’에서 제품군을 일반 자동차에서 개인용비행체(PAV), 로보틱스(로봇공학)로 확장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는 미래 구상을 발표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PAV가 30%, 로보틱스가 20%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UAM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며 우버와 손잡고 만든 PAV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PAV 제작을 넘어서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거점(Hub)이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UAM은 수직 이착륙하는 PAV를 이용해 도심 하늘길로 이동하는 서비스다. 환승거점은 UAM 이착륙장이며 PBV와 연결되는 구심점이다. PBV와 결합에 따라 환승거점은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재원 부사장을 영입하고 UAM 사업부도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개발을 본격화하며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인 로보틱스 신사업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5대 미래혁신 성장 분야로 로봇·인공지능(AI)을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첨단 부품업체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그룹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전장 부품 사업과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및 6G, 인공지능(AI) 분야는 현대차의 이러한 미래차 구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8월 미래 성장 산업인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최근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프린스턴대의 세바스찬 승 교수를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의 U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삼성의 AI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