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기로 학생들 몰리는 상황에 총격
퇴학 전부터 총기 관심 관련 서적 소지
백인우월주의 단체 가입...군대식 훈련도
14일 사망 17명을 포함해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파크랜드의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은 올들어 일어난 미국 내 총격 사건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사건인 데다 학교에서 다수 학생이 희생되면서 또 다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용의자로 체포된 이 학교 퇴학생 니콜라스 크루즈(19)는 이날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학교에 들어와 보다 대량살상을 노리고 화재경보기를 울려 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뒤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격 현장
사건을 수사 중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 크루즈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학교 안으로 들어와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킨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 학교 내부 구조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가 화재경보를 울린 뒤 대피를 위해 나오는 학생들을 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특히 총격 용의자 크루즈는 학교 건물 1층 밖에서 총격을 시작한 뒤 복도를 오가며 총질을 했고,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3층까지 올라가 광란의 총기난사를 이어갔다.
이날 크루즈는 총기를 난사한 뒤 학교를 빠져나갔다가 학교와 가까운 코랄 스프링스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병원복을 입은 상태에서 수감됐다.
■범인은 누구
총기난사를 저지른 크루즈는 더글러스 고교에서 교칙 위반으로 퇴학을 당한 뒤 인근 타라벨라 고교에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주변 학생들이 그에 대해 ‘언젠가는 학교에 총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로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루즈는 평소 총기에 관심이 많고 학교에 총기 관련 서적을 갖고 온 적도 있다고 급우들은 전했다.
또 크루즈는 한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속해 있고 군대식 훈련도 받은 적이 있다고 국제적인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이 15일 밝혔다. 인종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ADL은 크루스가 회원으로 있었다는 백인우월 단체 '플로리다 공화국(ROF)'의 지도자라고 자처한 조던 제립의 주장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제립의 주장에 따르면 ROF의 한 회원이 크루스를 데려와 이 단체에 가입시켰다. 크루스는 이후 ROF의 군대식 훈련에도 참가했다.
■교내 총격 일상화 우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최근 미국 사회에서 학교 총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켄터키주 서부 마셜 카운티 고등학교에서 15세 소년이 권총을 난사해 또래 학생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1월 하순까지 11건의 크고 작은 총격 사건이 미국 내 학교에서 발생했다.
이날 플로리다 총기난사까지 포함해 올들어 미 전역의 학교 또는 학교 주변 주차장, 기숙사 등 올해 일어난 총격 사건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