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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흘리고 다님의 미학

지역뉴스 | | 2018-02-24 18:18:03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생각도 기억력도 세월에 비례하듯 흘리고 다니는 일 또한 세월따라 그 횟수가 잦아진다. 가방에서 팬을 꺼내서 쓰고나면 그 팬은 내 품에서 떠난거나 마찬가지다. 에피소드도 실로 다양하다. 모임이나 결혼식을 끝내고 귀가하는 도중에 흘리고 온 것을 기억해내고 다시 돌아가서 찾아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전화기를 두고 온 것 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후에나 심지어는 다음 날에야 전화기 생각으로 돌아와 그 날의 동선을 되짚어보고 찾아온 적도 몇 번인지. 친구 네에서 전화기가 외박한 일도 다반사다. 자동차에 흘려두는 건 아주 양호한 셈이다. 생각이 나면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그로서리를 두고 내리는 참사는 불가승수하여 대책을 왈가왈부할 만큼의 수준은 넘어선 것이다. 무언가에 집중하게되면 웬만해선 주변과는 거의 차단되다시피 무디어지는 말릴길 없는 집중력을 그리 탓하지 않고 차츰 나아지겠지를 되뇌이며 기다려 주었던 길동무의 인내에도 한계가 왔나보다. 여기저기 흘리고다니는 습관을 아예 인정하기로 작정하셨는지, 전화기도 손수 챙기시고 핸드백도 손수 들고 다니신다. 그 동안 별다른 핀잔없이 잘 견디시더니 이즈음은 손수 챙기시는 행동으로 돌입하셨다. 

사람은 살기 마련인가보다. 어디든 자리를 떠날 때는 무언가 흘리지 않았나 함께 둘러보는 습관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덕분에 이즈음엔 무엇을 두고왔다는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주변 남편분들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전화기며 손가방을 손수 들고다니면서 챙겨주시는 분을 부러워한 나머지 흉내라도 내라는 부인들의 질타와 다그침을 들으신다는 하소연을 듣게 되셨단다. 웃픈 에피소드가 되고 말았다. 신뢰로 기다려준 길동무가 곁에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음을 자랑해도 될 법한 일인데도 조용히 접어두어야할 것 같다. 흘리고 다니는 경기가 있다면 단연 우승감에는 틀림 없다. 결코 자랑거리는 될 순 없지만 비난받을 일도 아닌 것은 고의성이 없음을 천명할 수 있거니와 흘리고 다닌 일로하여 부러움을 산 일도 있었기에 상충되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기억의 회로가 더는 나아지지는 않을것이라서 흘리고다님의 미학을 챙겨두기로 했다. 

흘리고 다니는 사람, 나사가 하나 쯤 빠진 사람으로 정상인의 대열에서 저만큼 벗어나 제외돼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한 자격지심이나 서운함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넉넉해지는 자신에게 도리어 감사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빈틈없는 사람의 반열에 서기에는 허술하고 부족함이 만연한 편이라서 주도면밀한 분들 앞에서는 갑갑증까지 느끼는 편이다. 철두철미하고 세심하기 이를데 없으시고 매사에 빈 틈 없고 완벽한 결과를 만드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감히 곁에 서있는 것 조차도 숨이 차오르곤 한다. 빈틈이 많은, 실수와 허점이 많은 미흡한 사람은 어찌보면 유한을 벗어난 바람직한 여유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아픔이나 상처로 다가오는 일조차에도 시간의 조화에 어울리다보면 때론 희미해져버리는 유익함을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품새를 추구하며 개선과 선택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도리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면모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언감생심도 유분수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이 물론 계시겠지만 이즈음은 무슨 일로든, 어디를 다녀오든 돌아오는 길은 드없이 밝고 환하다. 긍정적으로 명료해지는 느낌이다.   

마음을 졸이고 긴장을 하는데도 흘리고 다니는 실수를 범하게되는 스스로를 향한 믿지 못할 답답함이 언제나 마음 저변에 깔려있었는데 길동무의 챙김을 받고 부터는 한결 여유로워지고 주변을 둘러보게되고 흘리는 횟수도 줄어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움을 틔우더라는 것이다. 덧없음을 한 없이 탓하기만 했다면 더욱 긴장하느라 어쩌면 더 중요한 것까지 흘려버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길동무의 무한 신뢰와 기다림의 덕이었으리라. 뭔가 남과 다른 부족함으로 일행보다 뒤쳐진다는 못난 생각들이 길동무의 생각의 전환을 계기로 실수할 것 같은 조마조마함이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떠한 일을 마주해도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출렁인다. 신뢰는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자신감을 북돋우워주고 오롯한 행복을 불러들인다고 감사와 소망의 날개짓으로 널리널리 알려드리고 싶다. 일상의 인지가 깨어나고 염려의 구김살이 펴지듯 산뜻해지고 기쁨 지수가 상승 중이다. 흘리고 다님의 미학이 세상에 등장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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