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상황… 즉각 대피”비상경보 메시지
주민들 터널·지하 피신… 눈물 작별 인사
미 본토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지난 13일 오전 8시께 하와이주에 거주하는 20대 초반의 남동생으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누나에게 전화를 건 남동생은 “누나 지금 하와이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대. 나 죽는거야?”라며 울먹였다.
평화롭기만 하던 지난 토요일 아침 하와이주 전체가 주민 및 관광객들의 휴대폰으로 발송된 ‘탄도미사일 경보 메시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13일 복수의 언론들에 따르면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비상경보 메시지가 휴대폰에 울린 시각은 이날 오전 8시7분께. 같은 시각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도 실제 상황임을 알리는 경보가 전해졌다.
비상경보 문자를 발신한 하와이 주 비상관리국(HEMA)이 오전 8시45분께 잘못된 경보였음을 알리기까지 38분간 사람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해군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하와이를 방문한 루스 골드바움(69)은 경보를 받았을 때 와이키키 해변에서 보트를 타고 있던 중이었다. 골드바움은 CNN에 “약 15분 동안 가족과 친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했고, 작별인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조슬린 아즈벨(24)은 가족들과 함께 마우이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아즈벨은 갑자기 휴대폰에서 경보가 울려 잠에서 깨어났다. 호텔 측은 경고 직후 모든 투숙객들에게 지하실로 내려가라고 공지했다. 아즈벨은 “모두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짜 미사일 공격인지 단순한 시험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보를 접한 사람들은 피난처로 몰려들었고, 도로 위를 달리던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인근 터널로 잽싸게 대피했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 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출전 선수들도 골프를 치다가 대피 소동을 피할 수 없었다.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주인 하와이는 지난달부터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훈련까지 시작한 터라 이 메시지는 평온한 주말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HEMA는 한 직원이 경보 버튼을 잘못 눌러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CNN 방송은 ‘천국에서 패닉으로’라는 제목으로 놀라 대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은 “눈물과 패닉이 하와이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하와이 주의 털시 개버드 연방하원의원은 “이번 미사일 오경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실수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된 탄도미사일 발사 경보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들을 한 때나마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수정 기자>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미사일 경보. ‘하와이가 탄도미사일 위협에 처했다. 즉각 대피하라, 훈련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AP]
지난 13일 하와이의 미사일 경보 알람이 잘못됐음을 알리는 프리웨이 전광판.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