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파트 임대 시장의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입자들의 등골을 휘게 했던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가 올해 2분기 크게 둔화됐고 빈 아파트 유닛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0년부터 유례없이 강한 ‘건물주 시장’(Landlord’s Market) 현상을 유지한 아파트 시장이 올해 2분기부터 세입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올해 2분기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분기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렌트비 상승세 멈추고, 공실률 증가 현상

      일부 건물주, 세입자 유치위해 선물 공세

 

■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 멈췄다

매년 임대 재계약 때마다 세입자들을 한숨짓게 했던 임대료 상승 폭이 올 들어 약 8년만에 처음으로 둔화됐다. 시장 조사 기관 ‘리얼 페이지’(RealPage)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파트 임대료 상승률은 전년대비 약 2.3%로 연간 대비로는 2010년 3분기 이후 최초로 하락했다.

임대료 상승세 둔화 현상은 시애틀, 달라스, 워싱턴 D.C., 오스틴, 포틀랜드 등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탄탄한 지역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가 주춤해진 원인은 아파트 물량이 임대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됐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 공실률도 상승세로 돌아서

아파트 공급 과잉의 결과로 한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공실률마저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시장 조사 기관 ‘레이스’(Reis)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공실률은 약 4.8%로 지난해 2분기의 약 4.3%보다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로 임대된 아파트 유닛 수는 약 5만 3,000유닛에서 약 3만 7,000유닛으로 대폭 감소, 공실률 하락을 부추겼다.

주택 시장 침체 이후 주택 임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분양 목적의 단독 주택보다는 아파트와 같은 다가구 임대용 주택 개발이 크게 증가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임대 수요와 아파트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듯했으나 수요는 늘지 않는 반면 신규 아파트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결국 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수급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세입자 유치위한 건물주의 선물 공세

수급 역전 현상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아파트 건물주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리한 임대 계약조건을 앞세워 세입자 위에 ‘군림’하던 건물주들이 이제는 ‘인센티브’를 앞세워 세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자진해서 임대료를 인하하는 건물주가 생기는가 하면 무료 임대료를 제시하는 건물주도 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한 달에 불과했던 무료 임대료 기간도 최근에는 최장 석달까지 연장하면서까지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는 건물주까지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선물 공세로 세입자들의 임대 계약서 서명을 유도하는 건물주도 있다. 임대 주택 매물 정보 업체 ‘핫패드’(HotPads)에 따르면 세입자에 제공되는 선물로는 우버, 리프트와 같은 차량 공유서비스 이용권, 아마존 상품권 등 기발한 아이디어의 선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중 무려 2,500달러에 달하는 아마존 상품권을 내세워 세입자 유치에 나서는 통 큰 건물주까지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 건물주 ‘좋은 시절’ 지나갔다

건물주 좋은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간 듯하다. 임대료는 무려 32분기 연속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2~3년 전부터 아파트 임대 시장 둔화에 경고가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임대 시장 둔화가 시작  됐고 이후 건물주가 쥐고 있던 ‘주도권’이 세입자들에게 서서히 넘어가는 양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의 둔화 원인으로 공급 과잉을 가장 먼저 지목했다.

주택시장 침체 이후 임대 수요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후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아파트 시장에는 30년 만에 가장 많은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대도시 지역 고급 아파트 시장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발생했다. 아파트 업계에 따르면 내년까지 약 30만 유닛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추가 공급될 전망으로 공급 과잉에 따른 임대료 상승세 둔화 현상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 임대 수요 감소 불가피

건물주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요 감소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임대 수요 감소는 경제 상황에 따른 단순한 감소 현상이  아니라 인구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건물주들이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다.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임대 수요는 대부분 밀레니엄 세대를 기반으로 발생한 수요다. 대학 졸업 뒤 취직을 해도 살인적인 주택 가격을 부담하지 못한 밀레니엄 세대들은 결국 주택 임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의 평균 연령 상승과 함께 임대 수요가 점차 구입 수요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 및 출산 연령대에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가 증가하면서 임대를 ‘졸업’하고 주택 구입에 나서는 수요가 최근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월 발표된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주택 보유자 가구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0만 가구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세입자 가구수는 약 28만 6,000가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 상승세가 진정되고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주택 임대 시장의 갑작스러운 침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시장 침체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모기지 대출 기준도 과거에 비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피닉스 소재 아파트 임대 업체 얼라이언스 레지덴셜의 제이 히메네즈 최고운영책임자는 “아파트 건설용 대출에 적용되는 ‘담보 대출 비율’(LTV)은 최근 약 65%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라며 “아파트 임대 시장에 침체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에 가까울 것”이라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