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 다니는 20~30대

4명 중 1명이 불필요한 검사

조기검진에 별 도움 안되고

과잉검사 되레 발병위험 높여


40세부터 1~2년 간격 촬영

이상 증상 땐 전문의 찾아야



직장 건강검진을 받는 25~34세 여성 4명 중 1명(26%)이 유방암 검진 차원에서 X선 유방촬영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받은 경우는 1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유방암 전문가인 김성원 한국유방암학회 출판간행이사(대림성모병원장)는 “유방암 조기검진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등 ‘득보다 실이 큰 과잉검사’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 조기검진을 위해 40세부터 1~2년 간격으로 임상진찰과 유방촬영(X선 검사)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그전에는 30세부터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하고 35세부터 2년에 한 번 의사의 진찰(임상검진)을 받으라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20~30대 여성의 X선 유방촬영 검사가 빠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위 규모도 크고 연봉도 많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 20~30대 여성일수록 건강검진 때 불필요한 X선 유방촬영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9일 대림성모병원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건강검진을 받은 25~34세 직장여성 500명을 설문조사를 했더니 11%만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서’ 건강검진 때 유방촬영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은 ‘직장인 검진에 포함돼 있어서(71%)’ ‘본인이 원해서(42%)’ X선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25~34세 여성 10명 중 9명은 X선 유방촬영을 몇 세부터 하는 게 바람직한지 몰랐다. 86%는 그 시기를 모른다고 답했다. 14%는 안다고 답했지만 학회가 권고한 40세를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7%에 그쳤다. 92%는 40세보다 낮은 나이로 알고 있었다. 반면 학회가 권고한 자가검진을 하는 여성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김 병원장은 “40대 이후라도 유방의 치밀도(유방에서 유선조직의 비중)가 50% 이상이면 X선 촬영을 해도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보통 초음파 검사를 권한다”며 “우리나라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방의 활동이 왕성하고 유선조직이 40대 이상보다 훨씬 치밀한 20~30대에는 X선 촬영의 진단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고 방사선에 매우 민감한 시기여서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외에는 유방촬영을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검진율은 소득이 많을수록, 직원 수가 많은 직장일수록 높았다. 연간 소득수준별 유방암 검진율은 3,000만원 미만 20%에서 3,000만~5,000만원 미만 33%, 5,000만원 이상 45.5%로 높아졌다. 직장의 직원 수별 유방암 검진율도 10명 미만 20.6%에서 10~29명 23%, 30~99명 23.5%, 100~299명 30%, 300명 이상 35.6%로 상승했다.  

좋은 직장일수록 직원 복지증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이외의 항목을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검진 의료기관에서 몰랐거나 알면서도 수익을 늘리기 위해 유방암 조기검진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과잉 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많은 검진 의료기관들은 20~30대 여성이 X선 유방촬영을 받을 경우 동반되는 주의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X선 유방촬영을 받은 여성 10명 중 7명은 사전에 ‘유방암의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치밀유방 때문에 정확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여성도 10명 중 6명에 그쳤다.  

김 병원장은 “40대 이상 여성에서도 1~2년에 한 번 X선 유방촬영을 하면 1만명당 16명가량에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유방암 조기진단을 통한 사망률 감소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유방암 검진을 하는 것”이라며 “20~30대 여성이 유방암 의심 증상도 없는데 1~2년마다 무턱대고 X선 촬영을 하는 것은 암 조기진단 효과는 미미한데 부작용만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박보영·전재관 교수팀에 따르면 유방의 실질량(젖을 만들어내는 유선조직의 양)이 75%를 넘는 고도 치밀유방을 가진 우리나라 여성은 실질량이 25% 이하인 지방유방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위험이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여성에서는 그 격차가 9.4배까지 벌어졌다. 

치밀유방은 유방을 구성하는 조직 중 젖을 만들어내는 유선조직의 양이 많고 지방조직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치밀도는 유선조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도 치밀유방, 중등도 치밀유방(50% 초과~75%), 지방유방(50% 이하)으로 나눌 수 있다. 치밀유방은 방사선이 잘 투과되지 않아 X선 영상에서 병변을 확인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유방의 치밀도가 낮아진다. 

박 교수는 “치밀유방 여성은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유방암 검진만으로는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민감도가 높은 디지털 유방촬영술 등을 이용해 검진받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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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