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보다 집에서 죽음 맞이’증가세 타고

   보험가입 고령자 절반이   호스피스 이용 

   한인 서비스업체도 10년 전 비해 3~4배 늘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죽음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죽는다는 현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건강하게 사는 것 못지 않게 ‘잘 죽는’ 것이 화두다. 그렇다면 ‘웰다잉’(well-dying)은 어떤 죽음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웰다잉이란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받으며, 임상적·문화적·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죽음으로 정의내렸다. 한인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임종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다. 삶의 마무리인 임종을 의미있게 보내려는 웰다잉이 바로 그것이다. 지병으로 임종을 앞둔 고령자들 사이에서 중환자 병동에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집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친지와 마지막 추억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 호스피스 업계도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연명 치료 그만 의미있는 임종”생의 마지막인 임종을 의미없는 연명 치료를 위해 병원 중환자실에 보내는 것에서 벗어나 품위 있는 웰다잉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임종을 앞둔 고령자를 중심으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디케어 보험에 가입한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고령자 중 2015년에 사망한 고령자들이 2000년에 비해 임종 장소로 병원보다는 집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사망한 87만1,845명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와 136만1,870명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의 기록을 분석해 작성된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임종 당시 평균 나이는 82세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령자들이 건강이 악화돼 긴급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사망한 수가 줄었다는 대목이다.

 2000년에 병원에서 사망한 고령자가 전체 메디케어 보험 가입자 중 32.6%였던 것에 비해 2015년에는 20%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다 고통 중에 임종을 맞이하는 것을 거부한 고령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임종에 대한 의식 변화는 수치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15년 메디케어 보험 가입 고령자 중 40% 정도가 호스피스 서비스와 함께 집이나 양로병원 같은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2000년에 기록한 31%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결코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받다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인 웰다잉이 아니라는 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 한인 호스피스 업계 ‘분주’

임종을 준비하는 웰다잉 의식이 한인을 비롯한 고령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죽음을 앞둔 고령자의 호스피스 서비스 사용률도 크게 증가했다. 

같은 조사에서 2000년에는 사망 전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사용했던 고령자는 전체 메디케어 보험 가입 고령자의 21.6%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2015년에는 무려 2명 중 1명 꼴인 50%로 급증했다. 호스피스 서비스 사용률의 증가는 관련업계의 성장에 토대가 됐다. 특히 한인 호스피스 업계의 급성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의학적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령자나 환자가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얻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한국은 병원내 설치돼 운영되지만 미국은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약을 제공하며 각종 의료 및 사회복지 상담을 제공하는 형태다. 

<3면에 계속·남상욱 기자>




메디케어 또는 메디케이드(가주는 메디캘)로부터 비용 지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한인 호스피스 업계에 따르면 10년 전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했던 업체는 2~3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곳이 넘는 업체들이 호스피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일보 업소록에 등재된 호스피스 서비스업체만 12곳으로 업계의 추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호스피스 서비스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식 변화’를 먼저 꼽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과거 10년 전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불과 20~3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70% 이상의 한인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인식하고 있으며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시에라 호스피스 영 박 간호부장은 “메디케어 보험의 지원이 확대된 것과 함께 한인들이 사이에 호스피스 서비스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서 한인 호스피스업체도 증가했다”며 “현재도 호스피스업체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 업체의 증가세와 함께 서비스를 이용하는 하는 한인들의 수도 늘어나 현재 6,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 “임종 준비” VS “병원서 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다잉과 관련해 한인사회가 가야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 많다.

품위 있게 죽는 웰다잉으로 인식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병원 치료를 주장하는 한인들도 많다는 뜻이다.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병원 치료에 대한 희망을 쉽게 놓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을 죽음을 방관하는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선입견도 한몫하고 있어 웰다잉을 선택하려는 고령자들이 넘어야 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웰다잉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소망 소사이어티 김미혜 사무국장은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준비하는 죽음’을 받아들여임종을 준비하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임종 준비를 금기시해 이를 놓고 갈등을 빚는 한인 가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업계도 추가 인력이 최대 400여명 정도 필요한 상태를 감안해 자격을 갖춘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고 호스피스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적도 있다.

호스피스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지상’이라는 업계의 표현대로 웰다잉을 놓고 한인들의 선택에 한인 호스피스업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 


■ 호스피스(Hospice)란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질환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편안하고 아름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학적, 신체적, 심리적 영적 도움을 제공한다. 통증과 병세 진행 증상 관리 등의 의료적 간호를 비롯해 병세 악화로 인한 조울증, 진료비 문제, 환자와 가족, 또 간병인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나 양로원, 혹은 입원 중인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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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