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대사 피격 현장
사진기자 급박한 순간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자다.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나중에 ‘그때 왜 사진을 찍지 않았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AP통신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가 전한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 피격 현장 사진 특종의 순간이다. 외즈빌리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저녁 앙카라의 전시회에서 포착한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의 사진은 본보를 포함한 전 세계 유수 신문의 1면에 일제히 실렸다.
사진 속 알튼타시는 쓰러진 대사 옆에 서서 오른손에 총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분이 가득찬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외즈빌리지의 사진은 역사의 전기가 될 수 있는 러시아대사 피격 사건의 충격을 생생하게 웅변한다.
외즈빌리지는 퇴근길에 러시아 대사가 참석하는 사진전이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대사의 사진을 찍었다. 카를로프 대사가 잔잔하게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총성이 연달아 들렸고, 행사장은 순식간에 극도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몇 초가 지나서 상황을 파악한 외즈빌리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기자로서 사명을 따랐다. 총격범은 흥분한 상태였고, 쓰러진 대사 주위를 빙빙 돌며 벽에 걸린 사진을 부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고 외즈빌리지는 전했다. 외즈빌리지는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고 총격범에게 다가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잡은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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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부르한 외즈빌리지 기자가 포착한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 저격 현장의 저격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