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전환을 여성학에서는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라고 부르고, 그 시기 이후부터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되어 부당한 차별을 받아온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일부 국가에서는 잘못된 것은 죄다 여성의 탓으로 돌려지는 역사왜곡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특히 과거 남성위주의 사회에서는 타락과 불행의 늪에 빠뜨리는 존재로 여성을 묘사해 놓은 작품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이러한 왜곡에 기름 부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태교의 경전 <탈무드>에 보면 “여자의 충고에 따르는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충고하고 있고, 철학의 발원지 그리스에는 “여자는 항상 남자의 앞을 가로막고 불행한 쪽으로 인도한다”는 금언이 있다. 또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에는 “난리는 하늘에서 내리지 않고 부인네로 인하여 생겨나기에 아무리 가르쳐도 효염이 없는 것이 바로 부인과 내시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여성을 타락과 불행의 근원으로 보는 습성에는 동서양의 차이가 없었는데, 이런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한 수단의 출발점에는 ‘판도라’의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최초의 여성으로서, ‘제우스’신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받아들인 인간을 벌하기 위해 창조되어 인간세상에 내려 보내진 희생양이었다. ‘제우스’는 인간세상에 내려 보내기 전 ‘판도라’에게 상자 하나를 건네주면서, “이 상자는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인즉, 네가 죽는 날까지 이 상자를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우스’의 각본대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는 결국 그 상자를 열고 말았는데, 순간 그때까지 없었던 온갖 재앙과 질병, 질투 등이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로써 ‘판도라’는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던 인류에게 대재앙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 뒤로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판도라’의 원죄로 말미암아 남성들로부터 갖가지 조롱과 경멸, 비난과 저주까지 받으며 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보듯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판도라’의 이야기인데, 감추고 싶은 어두운 이야기, 즉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이야기가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국토안보부 이민세관수사국(ICE) 산하 인신매매 관련부서의 한 간부가 성매매를 위해 한인여성들의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국자는 “성매매 피해 한인여성들은 이동의 자유도 없으며 빚을 갚기 위해 쉴새 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온갖 협박에 신고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며 한인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하니 한인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판도라가 우리에게 준 내면의 메시지는 여성이 악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어두운 면까지도 두려움 없이 통찰함으로써 이성의 힘으로 그것을 통제하는 길을 열어준 은인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인데, 한인사회도 이성이 통하는 올바른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미정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