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일이…” “세상에…점입가경일세” 이렇던 반응이 지금은 일각에서 “제대로 마칠 수 있겠나”하는 근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90여개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교수들도 합세했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지난 주 교회에서 만난 교포들은 한국의 친척, 친구들과 통화를 했는데 한결같이 ‘나라가 어수선해서 걱정’이라는 말만 들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 놓은 꼴이니 어이가 없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뿐입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해괴한 것은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장면이지요.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에 있으면서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를 남보다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최순실이 청와대를 제집처럼 멋대로 드나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도 ‘모른다’고 얼버무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에요. 안종범 수석은 한 수 더 뜨더군요. 전화로 미르·K스포츠재단 일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떼니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되레 국민들이 울화로 나자빠질 상황입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친인척 일을 돌보고, 또 그들의 비뚤어진 행각으로 인해 대통령이 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이지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청와대 입성 후 더 과감해진 최순실의 안하무인을 계속 파악했을 텐데도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 것을 보면 직언을 멀리하고 눈치만 보고 넘겼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직무유기이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물어야 합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까지 청와대는 모두가 한 통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더 깊어집니다. 
수사 이틀째, 검찰의 칼 끝이 안종범 전 수석을 겨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글쎄요, 과연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역대 정권들에서도 측근비리가 터질 때마다 검찰을 향해 수도 없이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지만 단 한 차례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재미를 못 본 것은 특검도 마찬가지였지요. 검찰에 출두하면서 ‘국민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며 읍소하는 모습을 보인 최순실이지만 검사 앞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만 봐도 ‘역시나’가 될까 우려됩니다. 수사결과에 따라 나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지요. 어느 쪽으로 전개될 지에 대한 열쇠는 이 사건 수사책임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가졌다고 봅니다. 이번에야 말로 성역 없는 수사를 소신껏 강행해 역대 최대의 국기 문란 사건을 해결하고, 국민의 분노를 달래주고, 또 검찰의 명예도 쇄신하길 기대합니다. 김수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