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 소식이 자주 들려오더니 지난 4월과 5월 중국의 북한식당에 파견돼 일하던 젊은 여성들이 무더기로 귀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는 북한정권의 누수현상이 도를 넘어섰구나 하는 예측을 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세계무대에 얼굴이 잘 알려진 고위급 외교관까지 가족을 데리고 탈북, 귀순했으니 북한 내부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실로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북한의 ‘금수저’ 엘리트가 고향을 버리고 망명길을 택했다면 필연적인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겉으로는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 자녀 교육문제 등이 탈북동기로 알려졌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보다 중대하고 직접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가족까지 데리고 한국으로 귀순한 것은 세기의 사건입니다. 신분과 능력을 인정받아 런던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서방세계를 향해 독하게 북한정부를 대변해온 베테랑 외교관인 태 공사가 감히 탈북을 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40여년 전인 1967년 3월 이수근 북한 중앙통신사 부사장의 귀순사건, 1997년 북한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의 창시자 황장엽씨 귀순사건이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이번 태 공사 탈북사건은 ‘북한 체제 붕괴’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와 파급력이 더 큽니다.
태 공사 귀순으로 북한 수뇌부가 받은 충격은 가히 핵폭발 수준일 겁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아닐 수 없으니 김정은이 대노했다는 소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해외에 근무하는 외교관과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탈북감시관까지 서둘러 파견했고, 외교관 가족을 북한으로 철수시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외 근무자의 경우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있을 것이고, 북한 주민과 젊은이 상당수가 인터넷에 노출돼 있는 현실에서 그 같은 1차원적인 통제수단이 먹혀들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태 공사의 귀순사건은 자연스럽게 해외 근무자를 비롯한 북한 엘리트층에 엄청난 심리적 혼란을 줄 것이 뻔합니다. 이로 인해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섣부른 예단은 아니라고 봅니다. 공포정치가 심화될수록 잃는 게 많을 수밖에 없지요.예상치 못했던 태 공사 귀순사건을 계기로 한국정부가 안보 및 외교능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당연합니다.
김수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