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집을 지어
미사여구(美辭麗句) 열차로
철로에서 미끌어지며 기적을 울릴 때도
불신의 동면(冬眠)에 갇힌 영혼은
깨어날 수 없었다.


소프라노 목소리
붉은 치마 입고
무대에 올라 사랑을 노래하며 춤추어도
상처난 영혼의 G선상에선 공명(共鳴)이 없었다.


에로스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곤두박질하고
위선의 언어로 쌓아올린 대궐이
폭음(爆音)으로 무너져 내린 후에야
영혼의 새벽 바닷가에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영혼의 깊은 샘에서
참회의 이슬방울 솟아나
마음창의 먼지를 쓸어내리니
진실의 물결이
영혼의 호수가에
감동의 파문을 그리며 다가 왔다

이제 영혼의 현악기에
비발디의 사계(四季)가
여명(黎明)과 함께 천상의 소리를 내며
봄의 노래를 힘차게 연주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