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이 더 없이 무성한 계절이다. 스톤 마운틴 산책길엔 다양한 트레일 코스가 열려있어 한결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되는 멋스러움과 수목과 호수와의 어우러짐에 조화를 이루듯 웅장한 큰 바위산이 빚어낸 경관 또한 유려하다. 호수를 끼고도는 산책로를 즐겨찾게되는 것은 수종은 익히 가려지지 않지만 훤칠하고 건장해 보이는 나무가 있어 오가는 길에 인사를 트고 안부를 전하곤하는 재미 때문인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나누기도 하고 해피 뉴이어를 나눌 때는 손에 닿이는 가지를 붙들고 흔들며 악수를 청해보기도 한다. 껍질에서도 윤기를 느낄 뿐 아니라 가지들도 힘차게 뻗어있다. 초록으로 덮인 나무의 얼개와 짜임새가 잘 생겼다. 우아함과 싱싱함과 우람한 예스러운 풍취가 고풍적 분위기를 흠씬 풍기고 있다. 밑둥의 둥치가 장걸한 것도 뿌리가 튼실한 탓이리라. 옹이도 눈에 띠이지 않는다. 옹글고 기골이 장대해서 버티고 있는 모습이 당당하고 의젓하다. 온통 옹울(蓊鬱)하기 그지없는 푸름이라서 곁에 있는 나무도 나란히 멋스러웠을 것인데 몹쓸 넝쿨이 휘감아버려 모양새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대로 버려둔다면 머지않아 고사될 것 같은 안타까움이 인다. 아끼고 눈여겨 보아주고 덕담을 나누는 이 나무 만큼은 고태를 간직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리게 된다. 부디 나무가 가진 추억도 우리 노부부의 추억과 함께 하길 소망하면서. 


숲길을 다니다 보면 육중한듯 거연하게 하늘을 정중히 우러르며 버티고 서있는 수목이 있는가하면, 몸통이 꺾어진채 통째로 썩어버리거나, 가지가 마르고, 밑둥이 썩어가는 나무들이 즐비하다. 뿌리를 드러낸 채 누워버려 산책길을 막고있는 나무들을 뿌리만 남긴채 바짝 잘라버린 그루터기에 이끼가 내려앉은 등걸들이 애처롭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나무들이 호젓하고 소연해 보인다. 나무는 썩어지면서도 초연한 고고함이 서려있다. 말라가고, 죽어가는 나무들은 썩음으로 인한 또 다른 생명의 삶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죽어지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섭리를 따르고 있어 숲 내음 속엔 나무의 상처와 초월한 고상이 어우러진 내음이 풍겨온다. 나무가 썩어진다는 것은 생의 마지막이 아니라 흙으로 돌아가 자라고 있는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생명의 거름이 되는 것이라서 상처도 썩음도 새로운 축복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나무처럼만 살아질 수 있기를 사려하는 마음으로 숲내음을 깊이 심호흡 해본다. 나무의 삶이 단순히 계절의 흐름에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깊은 겨울에 이미 새순을 틔울 준비에 여념없고, 한 여름이면 서둘러 제 몸뚱아리는 주름살로 구겨가면서 아름다운 나이테를 만들어가고 드러내지 않으며 또 다른 탄생을 준비하는 나무의 속 깊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겉으로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싶다. 


죽어서도 자연을 지켜내는 나무가 가진 추억을 인생들이 세어보기나 할까. 나무가 간직한 추억과 이야기를 풀어볼 수만 있다면 생은 더 윤택해 질것이고 깊이 있는 관계와 진지한 삶의 향내를 녹여낼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아름다운 곡선들을 표현하며 삶의 풍요로운 가치를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서 죽어져서 더 큰 일을 도모하는 나무의 추억을 옹위하고 싶어진다. 씨알이 떨어져 생명을 일구어내며 우람한 나무로 모양새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고여있을까. 인생 또한 자아의 죽어짐과 낮아짐으로 또 다른 관계의 보석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무의 삶에서 본받아야 하리라. 산책길 모퉁이를 돌아오며 계절따라 달라보이는 계절의 매무새 또한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아름들이 나무를 지나올 때면 시간을 되새기게도 된다. 나무가 가진 추억은 어떤 색상이 어우러지며 물든 그림일까.


인생들도 살아오면서 추억을 남기지 않은 생은 없다. 아름다운 추억이건 아픈것이든 그 추억에는 관계가 가로놓여 있기 마련이다. 가족일 수도 있고 공동체의 일원일 수도 있거니와 음악이나 그림이나 글을 통한 추억의 공간도 있을 터이고 꽃이나 나무, 산이나 시내, 자연을 동반한 추억들이 쌓여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들은 만들어 놓은 추억 때문에 살아가고, 유추하고 더듬을 추억거리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만나는 사람, 만나지는 사람, 만날 사람의 무리 속에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공간과 그 공간에서 흐르고있는 공기와 바람과 채광과 거기에 흐르는 음악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곳이 추억의 산실이 되는 것일게다. 어떤 인위적인 주제나 노력을 첨가 한다해서 더 현란한 추억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라서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나무, 생각과 의식이 있는 나무, 생명의 기억을 사색하는 나무를 조용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나무의 생각들을 익혀가려 한다. 나무가 가진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 떠오르는 상념들을 적어보았다. 마치 나무에게 편지라도 써야할 것 같은 마음이 된다. 맑고 요려(寥戾)한 한여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