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애드빌 등
비처방약 남용 많아
간·신장 망가지기도
타이레놀이나 애드빌 등 처방이 없이도 쉽게 살 수 있는 ‘오버 더 카운터’(over the counter) 진통제를 남용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데도 한인들이 이를 잘 몰라 이같은 약을 과하게 복용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 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한인들은 통증을 경감해 숙면을 도와주는 일부 진통제를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한 수면제 용도로 사용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위험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23일 한인 의료계에 따르면 유학생인 20대 초반의 한 한인 여성이 강력 진통제인 ‘애드빌 PM’을 불면증 해결을 위해 26개나 복용했다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검진 결과 이 여성은 신장 기능이 80% 정도 망가졌고 더 악화될 경우 신장투석을 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의료 관계자는 전했다.
한인 여성 이모씨는 “생리통이 정말 심한 편이라 진통제를 먹는데, 소량으로는 효과가 없어서 여러 종류의 진통제를 섞어서 15~25알 정도를 먹는다”며 “평소에도 약을 달고 살다시피 하는데 진통제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라 아예 끊는 것이 불가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한인들은 타이레놀과 애드빌 등 진통제가 약국이나 마켓 등에서 쉽게 대용량으로 살 수 있어 과용해도 괜찮은 것으로 알고 습관적으로 이를 복용하고 있으나 이는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조동혁 신장내과전문의는 “한인타운 내에 비처방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응급환자는 1년에 20명꼴로 꾸준히 있어 왔다”며 “한 20대 한인 여성은 에드빌을 4일에 걸쳐 하루에 9알씩 먹다가 결국 신장투석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 전문의는 이어 “진통제에 대한 과장 광고가 많은데 진통제를 대량으로 삼킬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인트 존스 병원의 이진호 피지션 어시스턴트는 “진통해열제인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에 3g 미만, 에드빌을 비롯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하루에 1.8g 미만을 권장한다”며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복용 시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NSAIDs는 위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코막힘 증상을 개선하는 ‘슈도에페드린’은 혈압을 올릴 수 있는 등 약의 부작용이 많으니 잘 알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올바른 복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복용 전 몸 상태와 함께 약의 성분과 정량을 확인하고 복용량을 기록하여 중복 처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진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