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마라라고의 패퇴: 중국에 바통을 넘기다

지역뉴스 | | 2017-03-23 20:17:13

칼럼,파리드 자카리아,중국,마라라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공식 의제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지난 75년간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행사해 온  힘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첫 장면을 지켜보게 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정책을 택했고 이로 인해 생긴 공백은 의기충천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중국이 미국을 “유린”하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는 등 시종 베이징 때리기를 시도했다. 취임 첫날 중국을 통화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공약도 내놓았다.  그러나 베이징과의 첫 겨루기에서 그는 맥없이 무너졌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몇 주 뒤 트럼프는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입장 번복을 요구하며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의 현안을 다루기 위한 일체의 접촉을 동결했고, 결국 그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트럼프 기업들에게 수 십 건에 달하는 중국내 상표특허권을 신속하게 인정함으로써 많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무대에서 이탈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은 중국에겐 하늘이 준 기회다. 트럼프가 제안한 예산안을 들여다보라. 외교에서 국제기구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지원기금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소프트 파워’ 예산을 28% 삭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베이징은 지난 10년간 해외활동 예산을 3배로 늘렸다. 게다가 여기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지원 및 개발 프로젝트 기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조지 워싱턴대학의 데이빗 샴보는 중국이 일부 해외 핵심 개발에 총 1조 4,0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비해 2차세계대전 이후 마셜플랜에 투입된 자금은 현재의 달러가치로 환산할 경우 1,000억 달러 정도다.  

중국의 외교력 성장은 분명 중요한 문제다. 내가 최근에 만난 아시아의 한 국가 지도자는 지역 회의가 열릴 때마다 “미국은 고작 두 세 명의 외교관을 보내는데 비해 중국은 수십 명을 대거 파견한다”며 “거의 모든 위원회 모임에 중국 측 대표들이 앉아 있는 반면 미국 외교관들은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베이징이 아시아의 중요 의제를 입맛대로 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유엔 분담금을 축소하려든다. 중국의 귀에는 그야말로 듣기 좋은 음악이다. 벌써 수년째 베이징은 유엔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왔다. 중국은 유엔에 대한 지원기금을 전방위로 증액한데 이어 미국이 남긴 공백을 흔쾌히 메우려들 것이다.  국제연합 전체 회원국들 가운데 중국은 이미 서열 2위의 유엔평화유지기금 출연국으로 뛰어올랐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컬럼 린치는 “베이징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4개 유엔안보리이사국을 한데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평화유지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유엔 시스템 전반의 핵심 요직 임명과 정책 변경에 증대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주요 행위는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제적 빗장을 풀어주고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 강화를 막아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빼는 것이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TPP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신뢰성을 가늠해줄 ‘리트머스 테스트’다.  워싱턴의 발빼기 전략에 강력한 우방인 호주마저 양다리 걸치기로 위험부담을 을 덜어내고 있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중국의 TPP 가입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중국에 맞설 억제력이 되어야 할 집단을 중국의 영향력 확산에 기여할 또 하나의 도우미 그룹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파워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과학, 교육과 문화 측면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워싱턴은 축소를, 베이징은 확대를 지향한다. 

트럼프의 행정부 예산안이 통과되면 미국국립보건원(NIH), 미항공우주국(NASA)과 다른 국립 연구기관들은 혹독한 예산삭감에 직면하게 된다. 수세대에 걸쳐 세계 각국의 젊은 지도자들을 불러들여 미국과 미국의 가치를 알리는데 기여한 교환학생제 등 숫한 교육관련 프로그램들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반면 베이징은 세계 각처에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으로 유학 오는 2만 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거대과학(big science) 기금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망원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력 확충을 원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응방식을 취한 적이 전혀 없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바로 그것이 냉전시대에 러시아가 택했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전략이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담긴 함의는 분명하다. 워싱턴이 펜타곤에 자원을 집중토록 유도하면서 베이징은 경제, 테크놀로지와 소프트 파워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인 H.R. 맥매스터는 미국의 탱크에 자국 탱크로 맞서는 식의 대칭적 맞장 전략은 “어리석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현명한 전략은 비대칭적 대응이다. 중국인들은 이것을 이해하는 듯이 보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사진 찍으려 새끼곰 억지로 끌어내다니
사진 찍으려 새끼곰 억지로 끌어내다니

몸부림치다 떨어진 곰 다쳐…보호센터 옮겨져곰 들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노스캐롤라이나 야생동물 자원 위원회 vimeo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에서 한 무리의 사람

인플레 둔화 정체…갈수록 멀어지는 연준 금리인하
인플레 둔화 정체…갈수록 멀어지는 연준 금리인하

각국 중앙은행들도 골치주거·원자재 가격 강세가높은 인플레 지표에 영향일각선 금리 상승 전망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전

“한국 정치·경제 발전상 알리기 집중 투자”
“한국 정치·경제 발전상 알리기 집중 투자”

재외동포정책실무위5대 정책목표 논의총 89개 세부과제도 18일 재외동포 정책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관련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제공] 재외동포청(청

미 올림픽 대표 유니폼 선보이는 한인 입양인
미 올림픽 대표 유니폼 선보이는 한인 입양인

한인 입양인 출신으로 미국 체조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율 경태 몰다워(28·한국명 신경태)가 올해 파리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 공개 행사에서 체조 대표팀

‘올드보이’ TV시리즈 제작된다
‘올드보이’ TV시리즈 제작된다

할리웃 ‘라이언스게이트’박찬욱 감독 직접 참여   박찬욱 감독과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연합]  박찬욱 감독이 할리웃 제작사와 손잡고 영화 ‘올드보이’를 영어판 TV 시리즈로

포브스 선정, 한국 최고 자산가 50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위김병주·서정진·조정호 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자산가 1위에 올랐다.포브스는 17일 '2024년 한국 최고 자산가' 50인의

세계 최대 디자인 박람회 키워드는 ‘친환경 AI’
세계 최대 디자인 박람회 키워드는 ‘친환경 AI’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4   유로쿠치나 전시장에 비스포크 AI와 유럽 빌트인 신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존. [LG전자 제

아마존, 한국주문 무료배송 49달러 이상 주문 시 가능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무료배송 혜택을 내세워 한국 직접구매(직구)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일정 품목에 대해 49달러어치 이상 주문할 경우 ‘무료 아마존 글로벌 배송’을

3월 산업생산, 전월대비 0.4% 증가
3월 산업생산, 전월대비 0.4% 증가

연방준비제도(연준·FRB)는 16일 3월 산업생산이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3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원·달러 환율, 1,370원대로 13.9원 급락

한·미·일 구두개입 영향 18일 원/달러 환율이 한국·미국·일본 재무장관의 공동 구두개입 등에 힘입어 1,370원대까지 하락했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