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시작 이후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급증해 온 가운데 미국내 아시아계 10명 중 약 4명 꼴로 코로나19 관련 차별이나 혐오 행위를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또 캘리포니아에서만 800건 이상 인종차별이 발생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론조사 및 연구기관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성인 9,65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시안 응답자의 39%가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타인의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이같은 인종차별 행위에는 언어 폭력이 가장 많았는데, 아시안 응답자 31%가 인종으로 인해 비방이나 불편한 농담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위협에 대한 우려나 경계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아시안의 26%가 누군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신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의 36%는 마스크를 쓰고 업소들을 방문할때 인종때문에 자신을 감염자로 의심하는 눈초리나 분위기를 느낀다고 답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아시안 응답자의 절반 이상(58%)은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적 표현과 시각이 더 확산됐다고 느끼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
퓨리서치는 “코로나19은 대중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아시안들에겐 의료 및 재정적 우려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은 캘리포니아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별도의 신고 웹사이트를 개설한 아시안 권익단체인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에 따르면 800건 이상에 달했다.
A3PCON은 지난 3개월간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안 인종차별 신고가 832건 접수됐다고 밝히고, 81건의 신체적 폭행과 64건의 시민권 침해가 포함돼 있다고 1일 밝혔다.
A3PCON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 전역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총 34개 카운티에서 접수됐다고 밝히고, 장소도 업소, 직장, 온라인 등에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3PCON은 몇가지 사례도 전했다. 얼마 전 LA 지역의 한 아시안 주민은 백인 우월주의자에가 자신이 있던 온라인 화상 모임을 해킹해 들어와 인종적 비방을 퍼붓고 나가는 피해를 당했다.
샌타클라라의 한 아시안에게는 타인종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너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침을 뱉었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시안은 아이를 차에 태우던 중 누군가가 유리병을 집어던져 크게 다칠 뻔 했다.
A3PCON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세에서 코로나19 관련 중국을 비하하는 ‘쿵 플루(kung flu)’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한 사건도 아시안 인종차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