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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마다 널린 시체들, 지옥같던 장면 아직도 생생”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6-25 10:10:32

6.25,70돌,김종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14세 소년병이었던 LA 김종수 목사

 

 

“서울 거리에 여기저기 죽은 시신들이 널려 있던 지옥과도 같은 당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어언 70주년이 됐다.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지만, 한인들에게 ‘6·25’로 각인된 이 전쟁은 수백만명이 희생된 동족상잔의 비극이자 참혹한 역사에 다름 아니다.

강산도 일곱번이 변하는 긴긴 세월이 흘렀어도, 나라, 민족, 가족, 이념, 신념, 명령,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젊은 시절 목숨을 바쳤던 현재 LA에 생존해 있는 당시 참전용사 노장들에게는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그해 여름, 14세 소년은 굶고 있을 가족에게 생활비 전달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스스로 한국전쟁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후 인민군을 거쳐 빨치산, 포로수용소를 거치며 어린 소년의 눈으로 금수강산이 시체강산이 되어 가는 현장을 생생히 지켜봤다. 현재 LA 한인타운 인근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종수(85) 목사는 14세 소년병이었던 당시를 위와 같이 회고했다.

1939년 경기도 개성에서 출생한 김 목사는 한국전 발발 일주일 전 형과 극장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암살한 영화를 봤다. 김 목사와 형은 안중근 의사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고 약속했다. 창경원 사진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울에서 돈을 벌고 김 목사를 포함해 4형제들은 할머니와 개성에서 살았다.

한국전 발발 전날 생활비를 타러 기차로 서울로 올라간 김 목사는 다음날 어머니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개성이 인민군에게 점령되어 불바다, 피바다가 되어 가족들이 다 죽은 것 같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김목사 세 식구는 같이 한동안 통곡했다. 그리고 개성식구가 살아있기를 함께 기도했다.

서울은 이미 인민군이 점령했다. 개성으로 가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전달하기 위해 인민군들의 검문을 통과하고 화신백화점을 지나가는데 인민군이 지나가던 행인을 검문하더니 백화점 문을 열라고 했다. 문을 열 수 없다는 행인을 향해 인민군은 총을 쐈다. 목과 가슴에 총을 세 발 맞은 행인은 그 자리에서 펑하고 뒤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김 목사는 “인민군의 수장 김일성을 죽여 전쟁이 빨리 끝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화신백화점 앞에는 어제 죽은 그 행인이 가마니가 덮여있는 채 그대로 있었다. 종로 5가 전봇대는 쓰러져있고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 찼다. 동대문을 경유, 청량리로 가니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청량리를 지나자마자 길거리에 총 맞은 세 사람이 누워있었다. 중량교가 보이는데 빨래하는 사람과 수영하는 아이들도 없고 조용했다.

막상 다리를 건너니 죽은 사람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지옥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죽은 말, 소, 군인, 피난민들로 거리가 가득했다.

개성에 도착한 김 목사는 가족들은 피난길에 올랐지만 김일성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개성에 남아 인민군에 합류한 뒤 정보 활동을 통해 한국군을 돕는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인민군이나 빨치산을 도우려는 게 아니라, 안중근 의사처럼 김일성을 암살하려고 인민군에 들어갔고 빨치산 합류한 것도 그 강화도 빨치산들을 수류탄으로 몰살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빨치산 작전을 하기 전 개성 친구집에 들렀는데 남쪽에서 올라온 국군 정보병 두 명을 만나 빨치산 강화도 점령을 알렸다. 강화도 점령 지령 수행 하루 전 아프다고 해서 빨치산에서 빠졌고 결국 강화도 빨치산들은 국군의 폭격으로 다 몰살됐다고 한다.

김 목사는 이후 인민군에서 약식재판 후 총살당할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태극기를 매달고 강화도로 투항, 부산, 거제도 수용소 등을 거쳐 73수용소에서 당연히 남한을 선택했다고 한다. 마산 포로수용소에서 19개월 간 수용 생활을 하다 1952년 10월 17세 때 석방되어 수원으로 와 역전 환영식장에서 아버지를 극적으로 만났다.

이후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0년 도미한 김 목사는 신학교 교구처장, 부목사, 샌호세 한미봉사회 평화합창단 지휘자겸 단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해 미국서 41년째 살고 있다. 김 목사는 “전쟁은 정말 참담했다”며 “한 사람의 야욕을 위한 전쟁에 무고한 450만 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한국전 70주년을 맞은 현재 김 목사와 같이 남가주 지역 한국전 한인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90세 전후 고령이다. 6.25 참전유공자회(회장 김해룡)에 따르면 등록되어 있는 참전용사들은 80여명으로 90세 이상은 10여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너싱홈이나 양로센터에 거주하거나 입원해 있고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은영 기자>

 

“서울 거리마다 널린 시체들, 지옥같던 장면 아직도 생생”
 한국전 발발 직후 14세의 소년병으로 전쟁의 참상을 겪은 김종수 목사가 24일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당시 사진을 들고 6.25 70돌을 맞는 감회를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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