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가 평화시위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미국 시위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주말 동안 LA 동부, 글렌데일, 베버리힐스 등 남가주 전역에 수많은 시위가 열린 가운데 7일 할리웃에는 2만명 이상이 운집해 가장 큰 규모의 행진과 시위를 벌이면서 시위의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이번 반 인종차별 시위의 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8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지 8일로 14일째를 된 가운데 한때 시위 틈을 노린 폭도 방화·약탈 등 폭력으로 얼룩졌던 시위는 가족들이 함께 나와 셀카를 찍으며 행진하는 등 평화로운 양상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외 ‘흑인은 아름답다’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수백개의 사인 등장했다. ‘방어’라는 사인을 든 한 백인 남성은 “경찰의 주요 기능이 백인 재산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이라며 “백인으로서 이에 반대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캄튼에서는 흑인에 대한 고정관렴을 없애자며 승마동우회인 캄튼 카우보이가 합류에 시위대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캄튼 출신 래퍼 켄드릭 래마의 ‘올라이트’가 연주되며 시위는 어느덧 즐거운 문화행사장처럼 변화했다.
캄튼 시의원은 “경찰이 모두 악한 것은 아니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관련 경찰들이 유죄를 받을 때까지 항의 시위는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주말 동안 명소인 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시위대와 백악관 주변 라파예트 광장에 모인 시위대 등이 열흘째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갔다. 봉쇄된 백악관 주변 도로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유명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행진을 재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위대는 모터사이클 경찰의 호위 속에 폐쇄된 고속도로를 따라 걸으며 구호를 외쳤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백악관으로 향했다. 이들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
단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야간에 무장한 남성이 차를 몰고 시위대로 돌진하고 경찰이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가스를 쏘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벌어졌다.
시애틀 경찰은 8일 새벽 섬광탄과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 쪽에서 유리병이 날아들어 주방위군이 맞았고 이어 돌과 병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날아와 대응했다는 게 경찰측 주장이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