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은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가 먼저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정보 공개가 먼저냐는 새로운 고민을 세계 각국 정부에 안겼다.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고려했을 때 확진자가 어느 곳에 살고 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런 개인 정보가 알려진다 한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딜레마는 사생활 보호를 특히나 중시하는 국가이자,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중국을 제치고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국가인 미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가 나이, 인종,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인간의 삶에 침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투명한 정보공개에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대다수 주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예를 들어 뉴욕주에 이어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캘리포니아주는 카운티별로 확진자를 발표하는데, 이조차도 카운티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하고 있다.
우선 LA 카운티는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대를 개략적으로만 공개하고 있으며, 발생지역은 140개가 넘는 도시와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북가주 샌타클라라 카운티는 엄격한 개인 의료정보 보호법(HIPAA)을 근거로 각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판이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정보를 하나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생명윤리를 전공하는 글렌 코헨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는 정보를 적게 공유하는 게 아니라 많이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