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선배들은 미국에 온지 2개월 밖에 안된 내가 장사를 하겠다는데 대해 용감한 결단과 도전과 모험정신이라고 축하하고 부러워 하면서도 그들은 나를 무모하고 무지한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일이고 장사를 할 건물도 임대를 한 후라 다른 길이 없다.
김규환씨 가족과 우리 가족은 장사할 소도시로 갈 이사짐을 싸고 새로운 인생의 아리랑 고개를 향해 떠날 수 밖에 없다. 미국생활 2달 사이 어린 삼 남매는 그동안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철없는 아이들은 이사를 떠나기 전 날 밤 미국친구들과 Halloween day 귀신놀이를 하느라 가면을 쓰고 이집 저집 신나게 돌아다녔다. 다음날 일찍 이사를 떠나야 된다는 사실도 잊은 천진난만한 삼 남매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 낯선 미국땅에서 새 친구들도 생기고 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또 다시 낯선 도시로 데리고 가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착잡했다.
다음 날 일찍 김규환씨가 트럭을 운전하고 김지니씨와 나는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낯선 도시를 향해 먼 길을 떠났다. 또 다른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험한지 꼬불꼬불한지 아름다운 신천지인지 알 길이 없다.
고속도로를 지나 농촌 목화 밭 사이를 달리면서 청운의 꿈을 펼치며 목적지안 Dublin, GA에 도착한 후 김규환씨 가족은 우리를 내려놓고 Waycross로 떠났다. 아파트를 부탁해놓은 부동산 업자를 찾아가니 그 동안 아파트를 구하지 못 했다며 하루만 기다리라고 해 우리는 모텔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 날 그가 구해준 모빌 홈에다 짐을 풀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6채 밖에 없는 작은 모빌홈 파크다. 어떤 면에서는 별장같기도 한 적막강산이다.
다음 날 학교를 찾아 가 삼 남매를 등록 시키고 임대한 점포에 가 장사준비와 물건을 어떻게 진열 할 것인가를 점검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소매상이나 가발상회를 직접 해 본 경험도 없어 어떻게 쇼 윈도우와 진열대와 테이블 등을 만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콘트리트 벽은 못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사다리 식으로 나무기둥을 만들어 세우고 합판을 얹어 진열대를 만들다가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가면 소나무 숲 사이의 모빌홈에서 처량하게 부모를 기다리며 창문을 내다보고 있는 세 아이들이 너무나 애처롭고 안스러워 가슴이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 땅 한국사람이 하나도 없는 소도시 울창한 소나무 숲속 모빌홈이 어찌 외롭고 무섭지가 않을수 있겠는가.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미국은 대도시든 소도시든 어느 곳이든 학교마다 학교 버스가 잘 운영 되고 있어 아이들의 등하교는 걱정할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놓고 우리 부부는 하루종일 상점 진열대를 짜고 만드는 일을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