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베테랑스 에듀

탱글탱글 고소한 네모, 수분관리 제대로 받은 두부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9-09-14 17:17:45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두부, 흔하지만 가치있는 식재료

물과 함께 담아 냉장보관하고

요리할 땐 물기 없애야 제 맛

부드러운 포장두부, 찌개에 딱

두부김치는 전자레인지에 5분

소금물에 살짝 데치면 단단해져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두부 매대가 항상 가장 많이 애를 먹인다. 새로운 제품이라도 발견해 집어 들고 자잘한 글씨의 정보(재료, 영양소 등)를 집중해 찬찬히 읽으려 들라치면 판촉 직원의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A를 집어 들면 B를 가져와 더 좋다고 말하고, B를 집어 들면 A가 더 좋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많은 두부 구매의 순간에서 그들은 언제나 청개구리처럼 나의 선택에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최대한 조용하고도 빠르게 목적, 즉 구매를 달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를 쓴다.

요령은 다양하다. 카트를 아예 매장 다른 곳에 불법 주차해 놓은 다음 먼 발치에서 원하는 두부의 위치만 확인해 잽싸게 집어 들고 자리를 뜬다. 제품 정보를 찬찬히 읽어봐야 할 신제품이라도 들어왔다면? 카트를 끌거나 불법 주차하거나 상관 없이 두부를 고르는 동시에 다른 일도 하느라 판촉 활동에 주의를 못 기울이는 척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장보러 가며 이어폰을 꼭 챙기는 것도 두부를 찬찬히 보기 위해서인데, 안 가지고 있다면 전화통화 하는 시늉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어떤 요령이라도 먹히지 않아 강력한 판촉 활동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면, 최대한 공손하게 ‘다음에 먹어 볼게요’라고 말하고 자리를 뜬다.

두부, 어디서 살까 

그렇게 요령을 발휘해 사와야 할 만큼 두부는 가치 있는 식재료이다. 콩의 정수만을 굳혀 눌러 만드니 훌륭한 식물성 단백질 섭취원인 데다가 콩물의 농도나 가공에 따라 질감과 밀도가 다양해진다. 물론 두부는 집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콩을 불려 갈아 두유를 만든 뒤 단백질을 응고시킨 뒤 틀에 떠 담고 눌러주면 된다. 눈 내리는 겨울날, 할머니가 가마솥에 삶아 맷돌에 간 콩으로 만들어 준 두부의 맛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음식의 기억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 보면 콩을 미리 불리는 등의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려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한데 반해 결과물은 맛과 양의 면에서 빈약하다는 걸 금방 깨닫는다. 따라서 집에서 열심히 만들고 좌절하기보다 잘 만드는 두부를 사다가 맛있게 먹는 편이 더 즐겁고 효율적일 수 있다.

역시 이론적으로는 질감이나 밀도에 따라 아주 다양한 두부가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나는 두부를 구입처에 따라 나눈다. 일단 재래시장마다 하나쯤은 있는 즉석 두부 가게는 이름에 충실하게 현장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판다. ‘재료에 상관 없이 갓 만든 두부가 최고’라는 말이 있으니 시장 두부의 잠재력은 꽤 높아야 하지만 많은 경우 기술력의 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져서 안타깝다. 갓 나와 김을 모락모락 풍기는 두부라면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살 가치가 충분히 있는데, 그마저도 아까운 두부를 종종 만난다.

한편 시장 두부와 비슷한 느낌의 모두부를 여러 경로를 통해 살 수 있다. 집 앞 마트는 물론이고, 동네에 따라 종을 울리며 찾아오는 트럭도 있다. 시장 두부와 비슷한 완성도에 즉석보다는 만든 지 좀 된 제품이지만 끼니 때는 되었는데 그럴싸한 반찬 생각이 나지 않는다거나, 아예 주변에 적절한 식재료 구매처가 없다면 꽤 요긴하다. 대체로 간이 적당히 되어 있고 일종의 뽑기처럼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주는 제품도 있는데, 계속 먹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응고제의 맛이 느껴지면서 물릴 수 있다. 시장 혹은 트럭 두부는 무겁고 밀도가 높은 편이라 돼지고기 고추장찌개에 많이 쓴다.

다음 범주로는 포장 두부가 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주로 팔리는, 플라스틱 용기에 물과 함께 포장되어 팔리는 제품이다. 비닐에 한 모씩 싸여 팔리는 것들보다는 완성된 제품의 느낌을 더 강하게 풍기는 한편 품질도 대체로 더 좋지만, 덮어 놓고 박수를 쳐 줄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질감도 맛도 너무 부드러운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 탓이다. 국물 음식, 특히 찌개류에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부침용 제품 또한 부드러움만 강조한다. 

두부, 어떻게 보관할까 

말하자면 두부는 소중한 식재료이고 흔하면서도 다양해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있는 두부를 최대한 잘 활용하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할까? 일단 보관이 중요하다. 특히 달랑 비닐봉지에 담겨 팔리는 종류라면 하루 이틀 내에 쉬어버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그날 만든 것을 사다가 쓰고 남은 건 밀폐용기에 물과 함께 담아 냉장 보관한다. 매일 한 번씩 물을 갈아주면 일주일 정도는 두고 쓸 수 있는데, 어항도 그토록 자주 물을 안 갈아준다는 걸 감안한다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따라서 원칙이 그렇다고 여기고 웬만하면 한 모를 한 번에 다 소모하는 게 속 편할 수 있다.

아니면 조금 번거롭지만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각 변을 5㎝ 안팎으로 썬 뒤 종이행주에 5~10분 얹어 물기를 걷어내고 달라붙지 않도록 종이 호일 등을 깐 접시나 쟁반에 올려 얼린다. 속까지 단단해지면 지퍼백 등에 담아 보관한다. 달라 붙지 않도록 종이 호일을 깔고 얼리려니 냉장보관하며 물 갈아주기만큼이나 번거롭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은 맞다. 다만 두부를 얼릴 경우 스폰지처럼 질감이 달라지는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쓸 때는 상온에서 해동한 뒤 물기를 또 한 번 걷어내고 평소의 용도대로 쓴다. 

물에 담아 보관하고 하루에 한 번씩 갈아준다. 얼리기 전에 한 번, 해동 후 또 한 번 물기를 걷어낸다. 이처럼 두부를 잘 먹는 요령의 절반은 수분 관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에 콩물에서 단백질을 응고시켜 걷어내는지라 조직 사이를 물이 메우고 있고, 대량생산 두부처럼 아예 물에 담근 채로 팔리는 경우라면 조금 과장을 보태 두부 반, 물 반인 수준이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 온 몇 십 년의 세월 동안, 특히 포장 두부가 등장한 뒤부터 물기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물기는 과연 두부의 일부일까, 아니면 맛의 방해꾼일까? 두부가 담긴 물로 찌개를 끓여 보는 등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부의 물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음식의 맛 전체가 흐려지니 어떻게 조리하든 일단 물기부터 걷어내고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두부, 물기 어떻게 뺄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면 두부는 그냥 놓아두기만 해도 물기가 웬만큼 빠진다. 특히 세워 놓으면 자기 무게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양의 물기가 배어 나오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두부라면 그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주는 게 좋다. 같은 두부라도 물기 관리에 따라 질감이 사뭇 다르게 바뀔 수 있으므로, 음식에 맞춘 요령을 살펴보자. 일단 물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삼베나 종이 행주에 감싸 물기를 뺄 수 있다. 그냥 방치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물기를 뺄 수 있으니 모든 웬만한 두부 조리의 밑준비라고 여기자. 다음으로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익힌다는 개념으로 돌려주는 요령이 있다. 배어 나온 물기가 넘치지 않도록 오목하거나 깊은 접시에 담아 3~5분 가량 돌린다. 물기를 빼는 김에 데우기까지 할 수 있으니 두부김치처럼 생으로 두부를 먹는 경우에 요긴하다.

다음은 누르기이다. 두부김치를 좀 더 살펴보자면 만들어 먹든 사먹든 두부 한 쪽으로 온전히 들어올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역시 수분이 많고 밀도가 낮아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눌러 물기를 빼면 물렁하고 유약한 두부가 훨씬 더 의연해진다. 천이나 종이 행주로 감싸 놓은 상태에서 두부 위에 접시를 올리면 되는데, 접시 한 장부터 여러 장, 밥공기에서 통조림 깡통에 이르기까지 무게에 따라 질감이 다양해진다. 두부 김치 수준이라면 접시 한 두 장이면 되고, 두부 조림을 위한 지짐이나 채식용 스테이크라면 통조림 깡통을 동원해 두부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도 은근히 즐거울 수 있다.

아니면 ‘불에는 불’이라 했으니 같은 이치를 따라 ’물에는 물’로 대처할 수도 있다. 다만 보통 물이 아닌 뜨거운 소금물에 데치듯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빼면 두부가 단단해지는 대체로 부족한 간도 맞춰준다. 별 다른 조리 없이도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통되는 많은 두부의 간이 약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희미한 표정을 개선해 주는 한편 부스러지는 것도 막아준다. 옷을 입히지 않은 튀김(180~190℃)이나 에어프라이어 및 오븐구이를 할 때 요긴하다. 겉이 노릇해지도록 굽거나 튀긴 두부는 겉과 속의 질감이 다를뿐더러 고소함이 한층 두드러지므로 한꺼번에 두세 모 분량쯤 만들어 냉동 및 냉장보관하면 비육류 단백질이 필요할 때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마지막으로 두부로 만들 수 있는 요리 한 가지를 살펴보자. 두부김치나 각종 찌개 등은 너무나도 익숙해 변화를 주고 싶다면 마파두부가 있다. 중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마파두부는 의외로 만들기 쉬워 숫자를 동원한 레시피까지 소개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일단 두부 한 모의 물기를 적당히 걷어내고 각 변 1~2㎝로 깍둑설기한다. 바로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두부를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치는 것도 좋다. 논스틱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달궈 마늘, 파, 생강, 홍고추 등을 볶아 맛을 끌어낸 뒤 다진 고기를 더해 마저 볶는다. 물이나 육수를 붓고 두반장, 후추 등으로 간한 뒤 두부를 더해 뚜껑을 덮고 10~15분 보글보글 끓인다. 물과 옥수수전분을 더한 물녹말을 더해 국물이 걸쭉해지면 불에서 내린다. 얼얼한 마라의 참맛을 보고 싶다면 화자오(중국 산초)를 갈아 솔솔 뿌려준다.

 

 

 

탱글탱글 고소한 네모, 수분관리 제대로 받은 두부
탱글탱글 고소한 네모, 수분관리 제대로 받은 두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코로나 지원금 사기 연$5천억 달해
코로나 지원금 사기 연$5천억 달해

당국 3,500명 적발 기소피해 회수는 14억 불과합동특별단속부서 출범EDDㆍPPP 사기 집중수사<사진=Shutterstock>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

카약 타고 이동하는 두바이 주민들
카약 타고 이동하는 두바이 주민들

하루에 2년치 폭우가 쏟아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카약을 이용해 소유물들을 옮기고 있다. 평소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기후인 두바이에 이상 폭우가

바이든, 트랜스젠더학생 인권보호 강화한 '타이틀9' 개정안 공개

성적 지향 따른 차별금지…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배제도 원칙적 반대 조 바이든 행정부가 19일 성소수자 학생 보호를 위한 이른바 '타이틀 9' 개정안을 공개했다.바이든 정부는 당초 지

앨러지 시즌이 시작됐다
앨러지 시즌이 시작됐다

미국인 4명 중 1명 시달려 선글라스·마스크 착용 도움 미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이 봄철 앨러지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천식·앨러지 재단(Asthma an

수면을 부르는 멜라토닌, 우리 몸에서 자연 생성된다
수면을 부르는 멜라토닌, 우리 몸에서 자연 생성된다

어둠은 멜라토닌 촉진… 아침빛은 억제인공조명으로 생체리듬 깨져 불면증 불러취침 2시간 전 조명 낮게ㆍ청색광 차단해야 멜라토닌이 워낙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멜라토닌을 처방전

트럼프 ‘입막음돈 재판’ 배심원단 선정 마무리…내주 본격 심리
트럼프 ‘입막음돈 재판’ 배심원단 선정 마무리…내주 본격 심리

배심원 12명·대체후보 6명 모두 뽑아…법원 밖에선 한 남성 분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나흘째인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

김낙현 재외선거관 곧 이임 예정
김낙현 재외선거관 곧 이임 예정

제22대 대한민국 총선 재외선거를 위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했던 김낙현(사진) 재외선거관이 임무를 마치고 곧 뒤국한다.김낙현 선거관은 지난 1년간 관할 동남부 6개주를

"아름다운 동행, '여경'(여성경제인협회)에 오세요"
"아름다운 동행, '여경'(여성경제인협회)에 오세요"

여성경제인협회 이·취임23대 김순애 회장 취임 애틀랜타 한인 여성경제인협회(AKABWA)가 지난 18일 오후 7시에 23대 김순애 신임회장 취임식과 22대 이기선 전 회장 이임식을

김영자 부동산, NAMAR 액티브 더블 피닉스상 수상
김영자 부동산, NAMAR 액티브 더블 피닉스상 수상

20년 밀리언달러 탑 프로듀서 애틀랜타 마스터 리얼티(Master Realty) 김영자 대표가 북동부 메트로 애틀랜타 부동산협회(NAMAR) 밀리언달러 클럽 시상식에서 ‘액티브 더

수배 용의자 경찰과 총격전 끝 노크로스서 사망
수배 용의자 경찰과 총격전 끝 노크로스서 사망

강도 용의자 경찰에 총격 18일 저녁 귀넷카운티 노크로스에서 수배 남성이 귀넷 카운티 경찰과 대치끝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이 남성은 홀카운티에서 발부된 영장의 용의자였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