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는 빨강과 파랑이 혼합된 보라색은 ‘황제의 색’이었다고 합니다. 카이사르는 보라를 자신을 상징하는 색으로 삼고, 아무나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없게 했으며 네로는 아예 자신 외에 보라색 옷을 입는 자는 사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보라색이 만들기가 어렵고 귀했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보라는 최상위층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했지요. 그 이유는 단순히 만들기 까다롭고 귀해서 보라가 당시 가장 값비싼 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보라가 오늘날의 다이아몬드처럼 사치품이었던 셈이지요. 대체 보라색은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그렇게 귀했을까요?
보라색은 기원전 1600년경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고둥에서 보라색 염료를 뽑아냈습니다. 고둥이 극소량으로 분비하는 무색의 점액을 오랫동안 달이면 노란색을 띠는 염료를 얻고 이것으로 직물을 염색한 뒤 햇빛에 말리면 처음에는 초록으로, 그 다음에는 빨강으로, 마지막에는 보라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얻은 보라색 직물은 이미 충분히 햇빛을 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색이 바래지 않았답니다. 대부분의 색들이 변색되던 시대에 변치 않는 색이니, 보라색이 특별해 보였겠지요. 또한 보라색 1g을 만들려면 고둥이 약 1만 마리가 필요했다니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싼 색일 수밖에 없었겠어요. 결과적으로 지체 높고 부유한 사람만이 보라색 염료로 물들인 옷을 입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보라색 중에서도 빨간색이 더 많인 섞인 자주색은 초창기 기독교 예술작품에서 예수가 입은 옷 색깔이기도 했는데요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비탈레 성당 천장에는 천사와 가톨릭교 성인들로 둘러싸인 예수, 그에게 공물을 바치는 동로마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와 황후 테오도라가 자주색 의상을 입은 모습이 모자이크로 묘사돼 있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도 설화 등에서 비범한 사람이 태어날 때 집 주위에는 자색 구름이 자욱한 것으로 묘사되는 등 보라색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져 왔으며, 마찬가지로 보라색은 특권 계층의 색이었습니다. 백제의 왕은 자색 도포를 입었다고 하며, 신라의 골품제에서 보라색 관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성골과 진골만이 오를 수 있는 높은 벼슬을 지낸 이들 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시대 국왕은 중국 사신을 접견할 때 자색 공복을 입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보라색은 외향적 심리를 나타내는 빨강과 구심적 심리를 나타내는 파랑이 혼합된 색으로서, 색상 자체만으로 고고함, 세련됨 등의 이미지를 주며 또한 대립되는 양면성의 감정이 혼재하는 심리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해서 보라색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원할 때 끌리게 되는 색이며,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므로 치유의 색이라고도 합니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 천장에 있는 천사와 가톨릭교 성인들로 둘러싸인 자주색 의상을 입고 있는 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