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Ⅰ한국 38년 (67)
명지대학 '만선' 연출과 주택 철거
대학 TV 드라마 경연대회에 참가 한 명지대학 참가 작품 '만선' 의 줄거리는 강원도 가난한 어촌에 대한 이야기인데 '만선'의 꿈을 안고 무모하게 출항한 선원들이 태풍으로 인한 희생과 생사의 투쟁과 갈등에 관한 비극을 재연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현 톱 텔런트인 백일섭씨였고 그는 경연대회 출연작 '만선' 을 통해 연기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방송국 에서는 연기상을 받은 그에게 KBS – TV 전속 텔런트의 특혜를 부여 했다. 그 후 백일섭씨는 승승장구하는 행운아가 됐다. 운 좋게 내가 연출한 작품이 최우수상과 남녀 연기 대상을 받게 된 영광과 추억을 아로새겼다.
연기와 연극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명지대 학생들과 힘들게 난관을 헤쳐 가며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해 가면서 많은 것을 겪고 배우고 체험한 보람찬 기회였다. 명지대학 학생들과 TV 드라마 '만선' 을 연출하면서 때로는 당근과 채찍을 써 가며 연습이 끝난 후 젊은 학생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며 신나게 인생과 연극과 예술에 대한 열전을 별였던 옛날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생활이 안정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겨 미아리와 수유리 사이 새로 주택지로 개발된 땅을 한 필지 구입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안정된 생활 기반이 마련 됐다고 자신 했을 때 이사한 삼양동 상가집 일대가 도시계획에 의해 철거 한다는 통지서가 도착했다. 나는 철거대상 주민들과 대책 위원회를 구성해 진정서를 제출하고 성토를 하면서 백반으로 노력한 끝에 구청과의 타협안을 성사시켰다. 내용은 철거 대상 상인들이 자진해서 건물을 6미터씩 개축해 길을 넓히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세입자들이 비용을 분담해 잘 해결 됐지만 그래도 손실이 컸다. 역시 사노라면 산 넘어 산과 물 건너 물울 만나게 되는가 보다. 그 와중에도 나는 빚을 내 새로 구입한 주택 단지에 집을 짖고 안정된 생활 터전을 마련 한 후 첫 아들 돌 잔치를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새로 임명된 신임 구청장이 교통난 해소를 위해 또다시 삼양동 상가 철거령을 발표하고 철거 대상 상가들의 항의와 진정서를 거부하고 강제 철거를 단행 했다. 철거된 우리집은 무허가 건축물이었고 땅도 시유지로 돼있어 보상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하루 아침에 공든탑이 무너지고 철거된 상인들은 보상을 받기 위한 농성과 투쟁을 계속 했지만 나는 텔런트라는 특수 직업 때문에 포기하고 방송 출연에 전념했는데 다행히 드라마 PD들과 외국 영화 더빙 PD들이 나의 어려운 형편을 특별히 배려해 주어 수입이 좋아져 안정이 빨리 회복된 후 무너진 탑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고심을 하던 중 수유리 신학대학 앞 화계사 입구에 싸게 나온 상가 택지가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현지 답사를 한 후 그 땅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