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든 

친구의 손이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


내 존재가 무가치하게 느껴져


뜬금없는 그의 말이 

허공을 맴도는 동안

씁쓸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마주친 그의 

눈동자가

빛이 사라진 

캄캄한 밤의 

연못 같다고 느낀다.


우린 늘 동상이몽이었지


혼자 말 같이 중얼거리는

그의 말이 

싸하게 가슴을 

흩으며 지나간다.


우리 사이에  

긴 침묵이 흐르고 

나는 흩어진  

말 조각들을 모아 

빈 찻잔에 넣는다.


갑자기 

돌풍이 부는지

창 밖의 

헐벗은 가로수가

요란하게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