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베테랑스 에듀

미 책판매 절반 차지… 내용은 나 몰라라 방관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7-08 10:10:09

책판매,아마존,ㄷ서유통,문제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해적판·유해한 내용 점검장치 전혀 없이 무법천지

저작권·프라이버시·공공성은 셀러에 책임 떠넘겨

아마존의 팽창세는 그칠 줄을 모르고 끝없이 뻐쳐 나가고 있다. 아마존이 패권을 이룬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가. ‘스탠포드 항균제 요법 가이드’(The Stanford Guide to Antimicrobial Therapy)는 박테리아 증상부터 감염된 상처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 치료를 안내해 주는 응급 처방 서적이다. 적당한 약은 무엇이고, 적절한 복용 용량은 얼마인지 등을 권고해 준다. 수많은 생명이 달려 있는 가이드북이다.

약물 권고 용량에 적혀 있는 숫자가 1인지 7인지 머리를 짜내야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2년 사이에 아마존 서점에는 수많은 해적판 유사 도서가 범람하고 있다. 인쇄도 조악해서 읽기조차 힘든 책도 많다. “환자들에게도 위험하고 우리 비즈니스 전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가이드를 제작한 출판사의 스캇 켈리 부사장은 우려하고 있다.

켈리 부사장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아마존이 도서 유통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서 유통되는 책의 절반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새책, 헌책을 막론하고 디지털 도서, 오디오 도서 할 것 없이 모두를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출판, 인쇄, 리뷰, 교과서 공급 및 배부 등을 모두 장악하는 플랫폼의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자기네 서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방관한채 손을 놓고 있다.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유통되는 책이 진짜인지, 전혀 점검도 하지 않는다. 자기네 사이트에 몰려드는 판매업자들을 감독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로 일종의 무법천지가 벌어지고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세계적인 추리 소설 ‘오리엔탈 특급열차 살인사건’의 해적판이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아마존에서 버젓이 팔리기도 했다. 출판업자, 작가를 비롯해 작가노조 같은 단체들은 아마존에서 해적판 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아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책을 산 사람이 불만을 제기한 경우에만 조치를 취한다. 출판사나 작가로서는 항의할 길도 없다. 이런 상황은 비단 도서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다른 e커머스 상품에도 위조품이 거래되고 있다. 다만 도서 분야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열차 살인사건’도 해적판을 산 독자들이 여러 차례 신고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없이 일년 반 동안 팔린 것이다.

빌 폴락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노스타치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가 출판한 컴퓨터 도서를 베낀 위조 책도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품질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거지요.” 베스트셀러를 요약한 책들도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다. ‘Bad Blood’는 요약본이 여덟 종류나 나돌고 있으며, 인기 소설 ‘Where the Crawdads Sing’은 요약본이 최소한 일곱 개나 아마존에서 유통되고 있다.

풀리처 상을 수상한 소설 ‘Less’의 위조본이 진짜처럼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저자 앤드류 션 그리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분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저자의 이름에서 스펠링을 살짝 바꿔서 나온 사기본도 나돈다.

‘Falling Through the Earth’를 쓴 다니엘라 트루소니가 피해를 본 당사자다. 로렌 그로프 역시 올해의 책 수상작 후보까지 오른 본인의 ‘Florida’의 불법 도서가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즘에는 기술 서적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첨단 하이텍 기술을 다루는 책의 경우 소설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런 만큼 해적판 셀러들이 군침을 흘리는 목표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마존 대변인은 해적판 도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보고는 아주 소수의 불만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소수라도 많은 거지요. 제로가 될 때까지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아마존은 해적판 도서 유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00만 종의 위조 도서가 나돌았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아마존이 업계를 장악한 거인으로 등극한 이후 의회나 규제 당국은 독과점 여부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연방하원은 이번달 아마존이 자유경쟁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연방거래위원회 역시 아마존을 상대로 특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폴락 사장의 ‘노스타치프레스’ 출판사도 3년 동안이나 컴퓨터 서적의 해적판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폴락 사장은 “페이스북, 유튜브 처럼 아마존도 유해한 유저들을 상대로 사후 처리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그 덕분에 “아마존은 아주 거친 서부시대가 됐다”고 한탄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잘 모르거나 게을러서 이렇게 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출이나 순익을 아마존 스스로 줄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법이나 저작권, 프라이버시, 공공성, 트레이드마크 등의 권리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장할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아마존은 출판사나 셀러에게 이렇게 밝히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월 ‘프로젝트 제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원본 출판사에게 전례없는 권한을 허용해 해적판이나 사기본 도서를 직접 통제하고 리스팅에서 제거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폴락 사장은 ‘프로젝트 제로’가 “더욱 모욕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해적판을 처리하는 것은 아마존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운영하는 ‘노스타치프레스’ 출판사는 아마존에 광고를 싣고 있다. 한 달에 3,000달러를 내고 있는데 광고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스탠포드 항균제 요법 가이드’ 출판사의 켈리 부사장도 해적판 도서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회사 매출의 15~25% 정도가 해적판에 잠식됐습니다. 수천 권에 달하는 분량이지요.” 아마존도 스캐닝을 하면서 해적판 일부를 구분해 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쉽게 에러가 발생한다. 특히 핸드북 같은 소형 책자에서 자주 일어난다. 켈리 부사장은 통제 불능이라고 탄식했다.

아마존과 출판사와 아무런 직접적인 소통의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료기술인협회(AMT)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봄 아마존에 벤더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고객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으며 출판사가 어디로 배송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게 된다. 켈리 부사장은 얼마 전 아마존에 편지를 보내 해적판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중간 단계를 없애고 홀세일 위치에서 역할을 감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아마존의 독점적 지배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다.

미 책판매 절반 차지… 내용은 나 몰라라 방관
미 책판매 절반 차지… 내용은 나 몰라라 방관

‘스탠포드 항균제 요법 가이드’ 는 해적판이 아마존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주택대출 금리 7%대로 반등…주택거래 다시 냉각
주택대출 금리 7%대로 반등…주택거래 다시 냉각

매물 공급 늘었는데도 3월 기존주택 판매 전월대비 4.3%↓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다시 7%대로 뛰어올랐다.대출 금리가 반등하면서 미국의 주택거래가 3월

조지아대한체육회 권오석 회장 연임
조지아대한체육회 권오석 회장 연임

조지아대한체육회는 지난 15일 둘루스에서 임원 모임을 개최하고 차기 회장에 권오석 현 회장을 추대하고 새 임원진 구성했다. 권오석 회장은 미주체전의 애틀랜타 유치 추진 방안을 모색

조지아 3만6천명 '태아 세액공제' 받아
조지아 3만6천명 '태아 세액공제' 받아

과세 대상소득 1억900만 달러 줄여 3만6,000명 이상의 조지아인들이 2022년에 새로운 "태아 부양가족" 공제를 사용해 과세 대상 소득을 약 1억 900만 달러 줄였다고 주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애틀랜타 강연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애틀랜타 강연

5월 4일 오후3시 애틀랜타 한인회관 2024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해외강연이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개최된다.이번에는 4월 29일 뉴욕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5

켐프, 개인·기업 소득세 감면법 서명
켐프, 개인·기업 소득세 감면법 서명

재산세 인상률 늦추는 법안도 서명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8일 조지아 주민과 기업이 내년에 소득세를 약 5억 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개의 법안에 서명했다

고객의 부정적 리뷰 막으면 ‘불법’
고객의 부정적 리뷰 막으면 ‘불법’

옐프 등에 리뷰 못 올리게 서약서 강요 성형외과의사 환자들로부터 시술결과 비공개 서약서를 미리 받아놓고 이들이 옐프 등에 부정적 리뷰(평가 글)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한 성형외과

불확실성 커진 대형은행들, 대규모 감원 이어진다
불확실성 커진 대형은행들, 대규모 감원 이어진다

상반기 씨티·BofA 등향후 2년간 약 2만명 ‘몸집 줄이기’에 속도 씨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들이 대대적 감원으로 군살빼기에 나섰다. <로이터>  미국의

‘올드보이’, 美 TV 시리즈로 재탄생..박찬욱 감독 제작 참여
‘올드보이’, 美 TV 시리즈로 재탄생..박찬욱 감독 제작 참여

올드보이 / 사진=영화 포스터17일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와 협력해 '올드보이' TV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라이온스게이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에 애니제작사  '지브리'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에 애니제작사 '지브리'

개인 아닌 기관으로는 첫 수상스튜디오 지브리/칸국제영화제 웹사이트 캡처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수많은 명작의 산실인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올해 칸국

3월 조지아 일자리 늘고 실업률 사상 최저
3월 조지아 일자리 늘고 실업률 사상 최저

보건의료 일자리 가장 많이 증가 조지아 노동부는 3월에 채용이 급증하면서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유지하면서 3월 일자리 성장률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올해 첫 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