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Ⅰ 한국 38 년 (56)
길고도 짧은 군생활
군대는 무에서 유도 만들고 전시에는 명령에 따라 죽고 사는 특수 단체다. 인생의 한번은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기꺼이 수행하면서 값진 역경과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특수 단체인 군 생활은 인생 여정에 가장 귀중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군생활 3년이 가까워지고 작대기 3개 병장 계급장을 단 고참이 됐을 때 우리 26사단 76연대 의무중대가 28 사단과 교체가 돼 최전방 임진강 우리집이 있는 파주군 적성면 가월리로 이동을 한 후 집 근처 수색중대로 파견 근무케 됐다. 위생병 4명의 파견 책임자가 된 나는 각 소대의 위생병을 1명씩 배치하고 하루에 한번씩 환자 유무를 보고케 한 다음 응급 환자가 생기면 즉시 연락을 하게 했다. 파견 근무를 하는 위생병들은 수색중대 요원들의 임무와는 무관했고 또 환자도 별로 없어 편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나는 수색중대원들의 숙소에서 잠을 자는것이 불편하고 부담이 돼 나의 개인 군 장비를 집에다 옮겨놓고 자면서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임진강 “ 틸교' 수색중대 검문소로 출근을 했다. 검문소는 특별하게 냉,온방 시설도 잘 되어 있어 좋았고 중대 임무는 “틸교' 경비와 다리를 통과하는 군인과 민간인들을 검문하고 통제할 수가 있어 나는 고향 사람들의 다리 통과를 도와 주면서 편하게 군생활의 말년을 장식했다.
군 입대후 훈련소와 마산 군의학교와 수도 육군병원을 거처 전방 26 사단 의무중대에서 운좋게 편안하게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우고 겪으며 인생의 꽃과 열매가 될 귀한 기회를 누렸다. 군생활 3년간 문학 소녀와 펜팔의 기회도 생겼고 그 인연으로 그녀와 결혼을 하고 60년 가까운 현재까지 애틀랜타에서 알콩 달콩 부부의 연을 맺고있다. 군 생활을 통해 받게 된 역사적인 영광의 결실이다. 군 입대 당시에는 3년이라는 군 복무가 길고 험하고 먼 지옥과 같았는데 세월은 빨라 만기 제대를 눈 앞에 둔 것이 꿈만 같고 감개개가 무량하다. 나는 모범적인 훌륭한 군인도 아니었고 청렴결백한 인간도 아닌데 너무나 운좋게 군생활을 마치고 일반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 할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고 또 어떠한 극한 상황과 난관도 극복하고 헤쳐나갈 용기와 힘을 축척 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과분한 특혜를 받았다.
군 복무 3년 중 발생한 4.19 혁명과 5.16 군사 구데타는 전방에서 근무한 관계로 직접 보고 느낀 것이 별로 없다. 자유당 말기 3.15 부정 선거가 4.19 혁명의 원인이 됐고 당시 군에서는 공개적으로 부정선거를 지시 했다는 사실과 4.19 혁명으로 탄생한 장면 정권의 우유부단한 정책으로 인한 무질서와 혼란기에 발생한 5.16 군사혁명은 성공한 구데타라는 사실이다. 그 당시 사회 질서는 혼란했고 군기 문화 역시 부정과 무질서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시간을 할애해 책을 열심히 읽었고 문학 소녀 안신영씨와 편지를 주고 받는 즐거움으로 고달프고 지루한 군생활을 아름답게 아로 새기며 멋지게 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