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애틀랜타에 20년전에 도착했다. 그때만 해도 애틀랜타의 한인사회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래도 필자는 애틀랜타가 천국같았다. 한인사회가 더 작은 파리에서 살다 왔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고추장, 간장 사기도 힘들었다. 한국쌀도 쉽게 살 수가 없어서 프랑스 사람들이 먹는 쌀 중에서 한국 쌀과 비슷한 것을 찾아서 먹었다. 모든 것이 궁핍하게 느껴지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애틀랜타에 오니 한인마트가 서너개나 있는 것이 아닌가. 딱 천국이었다.


 


한국식품도 맘껏 사고 배추나 무우 두부, 콩나물 같은 것들을 언제나 맘만 먹으면 살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목욕탕이 생기니 더더욱 좋았다. 외국생활의 고단함 중의 가장 큰 하나는 몸을 지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공기가 암만 따뜻해도 방바닥이 따뜻하질 않으니 늘 춥게 사는 기분이었다. 샤워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늘 부족하고 찜찜한 느낌이었다. 샤워의 부족함을 메꾸고자 탕속에 들어가서 앉았어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목욕탕만은 늘 못했다


 


그래서 애틀랜타에 싸우나가 생겼을 때 정말 기뻤다. 큰 탕속에서 몸을 지질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을 또 얻었다. 뜨뜻하게 몸을 지질 생각만 하다가 갔는데 때를 시원하게 밀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며 한국에 관한 것이면 늘 부족하게만 느끼며 살다가 바라는 것도 소박해진 모양이었다. 목욕탕에서는 때도 맘껏 밀어낼 수 있었는데 그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탕속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지질 수도 있지만 때를 불릴 수도 있다. 때를 불리기 위해서 딱히 할 일은 없다. 그냥 그곳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탕 속에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숨이 막힐 듯이 더워서 늘 짧게 있다가 나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딸의 때를 밀어주어야 했던 엄마는 더 있으라고 고집하시곤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탕 속에 있는 것이 그닥 고역이 아니다. 고역을 지나 즐거운 일이 된지도 한참 지났다.


 


일거양득은 늘 즐겁다. 탕속에 있는 일은 늘 일거양득이다. 뜨거운 물로 몸을 풀어줄 뿐 아니라 때를 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래 있으면 있을 수록 때가 잘 밀린다. 그렇게 잘 준비를 해두면 때를 미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태리 타월을 갖다 대기만 해도 때가 밀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때를 불리지 않았다면 어떨까. 때가 벗겨지기는 커녕 피부가 먼저 벗겨질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잘 준비해두면 정작 해야 할 일이 순식간에 해결이 나곤 한다. 더욱 신나는 것은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편안한 경우가 많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


 


영어도 그렇다. 준비과정이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다면 별것도 아닌 일이 많다. 그러나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고 무리하게 덤비면 탕에서 불리지 않고 때를 미는 일과 같아진다. 때가 밀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큰 고통까지 따르는 것이다. 때를 불리는 과정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점은 내가 그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필요한 과정을 초조함 없이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나가는 동안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도 말이다.


 


영어문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to부정사, 동명사, 분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이것들이 제대로 해결이 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들은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혼자서 살살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준비들도 많이 필요하고 누군가 더 익숙한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한 분야인 것이다. 무엇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전에 거쳐야 하는 서론 과정이 대단히 중요한 분야이다. 때를 밀기 전에 반드시 탕 속에서 몸을 먼저 불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는 출신이 동사이면서 명사, 형용사, 부사의 일을 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동사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이것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명사, 형용사, 부사에 대한 확실한 준비도 필요한 것이다. 때를 불리는 과정이 단순하고 시간만 잡아먹는 일인 것 같아도 때를 미는 일에 꼭 필요한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to부정사, 동명사, 분사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동사를 비롯 명사, 형용사, 부사의 정확한 준비가 꼭 필요한 것이다.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는 동사에서 출발을 것들이라 동사의 전적으로 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명사, 형용사, 부사의 일들을 하고 있으므로 동사의 성질을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동사는 무조건 주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는 주어를 마음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하는 일이 명사, 형용사, 부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이 날까?


 


동사의 성질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주어를 가져야 하는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는 명사, 형용사, 부사의 일을 해야 하므로 I, You, He같은 주어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의미상의 주어라는 용어가 등장을 하는 것이다. 의미상의 주어는 우리가 흔히 쓰는 평범한 주어는 아니다. 그러나 의미상으로는 주어인 것이다. 시제는 흔히 과거, 현재, 미래로 크게 나누고 거기에 진행이나 완료, 완료진행으로 세분화된다. 그런데 단순시제, 완료시제라는 용어도 등장을 한다. 이게 다 동사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쌩뚱맞게도 명사, 형용사 부사의 일을 해야 하는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때문에 등장을 하는 문법 용어이다.


 


때를 불려야 때가 쉽게 밀어진다. 기초가 튼튼해야 영어가 쉽다. 그리고 재미도 있으며 실력향상도 쑥쑥이다. 모든 것이 안개 속같기만 하던 K63님의 영어가 쑥쑥 늘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기초를 다지면서 가면 훨씬 빠른 시간에 훨씬 많이, 그리고 멀리 걸 수 있다. 목표는 높이 세우되 절대 서두르지 않고 뻔해보이는 기초에도 심혈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