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절반이상 결국은 다른사람 의탁해 살아가

아파트·실버타운서 독립생활 메디케어 커버안돼


수명은 길어지고 의료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건강과 몸 관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노령화 사회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다보니 장기간 케어를 받아야 할 노인도 늘어난다. 문제는 대부분 재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대다수 중간 소득층 시니어들이 계속 오르는 생활비와 건강 비용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했다.



올해 72세인 그렛첸 해리스는 지금 살고 있는 자그마한 벽돌집에 정이 듬뿍 들었다. 

변호사로 일하다 은퇴하고 오클라호마 주의 노먼 시에 사는 그녀는 36년 전 이 집을 샀다. 이웃들도 좋고 앞 마당에 직접 심은 목련나무도 크게 자랐다. 지난 여름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다행히 단층집이어서 움직이는데도 큰 무리가 없다. 

“저한테는 딱 맞는 사이즈의 집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심장병을 비롯해 림프종, 골다공증에 류마티스까지 여러가지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 복용 중인 약도 아주 많다. 지금도 한 달에 며칠씩 주법원 일을 도울 정도로 큰 이상은 없고 교회 봉사와 교육 관련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이 걱정이다. 아이도 없고 이혼한 뒤 가족도 없이 살고 있다. “혼자 독립해서 살든, 여러가지 노인 지원 서비스가 갖춰진 실버타운에 살든, 장기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제가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녀는 사회보장연금과 주정부 펜션을 합쳐 한달에 4,600달러를 받고 있다. 과연 이 돈으로 거동이 불편하게 될 때 장기적인 노인 케어 서비스를 받는게 가능할까? 더구나 아직 모기지를 갚고 있고 이미 재융자도 몇 번 받은 상태이다.   

아마 해리스 부인은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실버타운의 원베드룸 아파트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금융회사인 젠워스의 연간 조사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주의 중간 소득은 월 3,425달러이고, 그녀의 소득이면 충분히 이 정도의 삶이 가능하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매달 4,600달러는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미 그녀가 사는 노먼 시에서 노인 케어 서비스가 완비된 실버타운 아파트 거주 비용은 이미 월 4,260달러를 웃도는 형편이다. 지금 사는 집을 판다고 쳐도, 계산을 해보니 모자를 것같다.

그녀는 “중산층의 비애”라고 말했다. 메디케이드 혜택이나 주거 지원을 받기에는 돈이 너무 많고, 수준이 갖춰진 중산층 수준의 장기 노인 케어를 받기에는 돈이 모자란 것이다. 요즘 해리스 부인은 사촌이 사는 아카소 주 리틀락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렇게 되면 성인 시절을 거의 전부 보낸 정든 도시를 떠나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최근 발표된 ‘잊혀진 중산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조사는 중류층 시니어를 대상으로 해리스 부인과 같은 상황에 놓인 노인이 얼마나 되는 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개인별 소득과 재산, 건강 상태를 포함한 전국적인 데이터를 면밀히 파헤쳤다. 장기적인 케어를 받아야 할 연령대는 75세에서 84세까지 그리고 85세 이상 등 두 그룹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노인 혼자 독립생활을 하거나 실버타운 아파트 등에 거주하면서 장기적으로 케어 서비스를 받는 경우를 상정했다. 그러나 메디케어가 비용을 감당하는 너싱홈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2029년이 되면, 75~84세 노인은 현재 기준으로 연 2만5,000달러부터 7만4,000달러의 소득이 있어야 하고, 85세 이상은 9만5,000달러 이상이어야 중산층 장기 노인 케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처하는 인구는 현재보다 두 배가 급증하면서 1,4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60%는 지팡이나 보행기. 휠체어가 필요하고, 20%는 목욕이나 옷입기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도 비용이 많이 드는 고가의 케어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후의 이들 중산층 시니어는 과거보다 훨씬 교육 수준이 높고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이 더욱 다양한 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빈곤 경험이 이전 세대보다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노인 케어 서비스를 받을 만큼 재정은 충분치 않은 노년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10년 뒤에는 중산층 시니어의 80%가, 주택 에퀴티는 제외하고, 연간 6만 달러에 못미치는 소득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혼자 살든, 실버타운에 들어가든, 케어 서비스를 받으며 살러면 6만2,000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이 수치는 꼭 필요한 것들만 보수적인 한도로 예측한 수준이다. 

앞으로 미국인 시니어 중에서 절반이나 3분의2는 결국 장기적인 노인 케어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해리스 부인처럼 많은 시니어들이 집을 팔아 노후 대책 비용을 마련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시니어 절반 이상이 2029년이 되면 주택 에퀴티로도 노인 케어나 의료 비용을 충당하지 못할 것으보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독립생활이 가능한 노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낫겠지만, 이마저도 서비스 인력이 직접 도움을 주는 케어는 제외했을 경우다.

“노인 가운데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에퀴티 규모는 생각처럼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일 때문에 에퀴티를 써버렸기 때문이죠. 의료비용 등 헬스케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시문제를 연구하는 어반인스티튜트의 하워드 글레먼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뉴욕이나 워싱턴DC 같은 곳에서는 중산층 주택 가치가 쉽게 100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다른 수많은 지역에서는 15만 달러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나마 65세에서 74세까지 연령층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주택 에퀴티가 대략 1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노인 케어를 받는 비용은 이보다 매우 높게 든다. 케어 서비스를 받는 실버타운의 경우 원베드룸 거주 비용은 전국 평균이 월 4,120달러나 된다. 지역별 편차도 아주 크다. 뉴올리언즈에서는 3,700 달러 정도이지만 보스턴에서는 매달 6,000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요즘 중산층 시니어는 이전 세대보다 부채가 더 많고 저금 규모는 작다. 펜션도 덜 받는 편이고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케어를 받을 만한 가족도 별로 없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데이빗 그래보우스키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의 덫에 걸릴텐데, 참 두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선진국가들이 광범위한 공공 의료 및 케어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은 예외다. 메디케어 적용 범위는 의사, 병원, 약, 단기 재활 비용에 국한돼 있다. 

집이나 아파트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거나 실버타운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장기적인 케어 서비스를 메디케어로 받을 수 없다. 더구나 장기 노인 케어 비용이 높아지면서 메디케어 수혜자에게까지 추가로 비용 부담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9052001010018063.jpg

<Jun Cen / The New York Times>




2019052001010018057.jpg

 은퇴 변호사인 그렛첸 해리스는 오클라호마 주 노먼 시의 자택에서 애견과 함께 살고 있다.                                <Brett Deering for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