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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5-03 20:20:47

실리콘벨리,교육,프로그램,개별공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교사 대신에 랩탑으로 온라인 개별적 공부

캔사스 학생들 두통·발작 호소“수업거부”

반란의 씨앗은 교실에 심어졌다. 그것이 부엌에서 거실에서, 학생과 부모들 사이의 대화에서 자라났다. 캔사스의 작은 마을들은 지금 실리콘 밸리 주도 온라인 교육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은 지난 1월 캔사스, 맥퍼슨에 사는 8학년 학생 콜린 윈터(14)가 반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퇴장하면서 정점에 다 달았다. 인근 마을, 웰밍턴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수업반대 연좌데모를 했다. 학부모들은 거실에서 교회에서 기계수리 상 뒷방에서 모임을 가졌다. 정치 팻말이라고는 없던 동네에 각자 직접 만든 팻말들이 우후죽순 솟아났다.

실리콘 밸리의 교육개혁 시도가 탈이 나고 말았다.

8개월 전, 이 지역 공립학교들은 서밋 학습(Summit Learning)이 제공한 플랫폼과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든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학습을 진행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은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개발했고, 기금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그의 아내인 소아과의사 프리실라 챈가 부담했다. 

학부모들은 처음 이런 변화를 환영했다. 공립학교 예산은 부족하고 학생들 시험성적은 엉망이어서 걱정이 많던 차였기 때문이다. 서밋 프로그램 교육에서 학생들은 하루 대부분을 랩탑과 지낸다.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각자 자기 페이스에 따라 치른다. 교사들은 옆에서 학생들을 돕고, 특별 프로젝트를 지도하며, 멘토 역할을 한다. 시스템은 학교에 무료로 제공되고, 랩탑은 대개 별도로 구매된다.

그런데, 학생들이 머리가 아프고 손에서 쥐가 난다는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 초조감이 더 심해졌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간질을 앓았던 한 아이는 발작이 재발되기 시작했다. 

맥퍼슨에서 공장 감독으로 일하는 타이슨 코니그는 4학년인 아들의 교실을 방문하고는 아들을 전학시켰다. 

“컴퓨터가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모두가 좀비 같아졌더군요.”

최근 교육구가 맥퍼슨 중학교 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자기 아이가 서밋 프로그램으로 공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녀가 그 플랫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응답자는 80%가 넘었다. 

한편 맥퍼슨 교육구의 고든 몬 교육감은 “변화의 와중에는 삐걱거리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입장이다. 웰링턴 고등학교의 존 버큰도프 교장 역시 “대다수 학부모들은 그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서밋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는 캔사스를 포함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밋이 4년 전 공립학교들에 시험적으로 제공한 이 시스템은 현재 380개 학교에서 7만4,000명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브루클린에서는 학교가 서밋 플랫폼을 도입한 후 지난해 11월 고등학생들이 수업거부를 했다. 펜실베니아, 인디애나에서는 관련 여론조사 결과 학생들의 70%가 서밋 플랫폼이 중단되거나 각자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위원회가 프로그램을 축소한 데 이어 최근 폐지 결정을 내렸다. 코네티컷, 체셔에서는 2017년 반대 시위가 일어나면서 중단 됐다. 

실리콘 밸리는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의 교육을 개조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테크놀로지 종사자 중 많은 수가 집에서는 텍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삼가고, 자녀를 테크놀로지 없는 학교로 보내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서밋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교육개혁 움직임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데, 해당 공립학교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테크놀로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교육방식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교육 전문가들은 자기 주도적 온라인 학습이 교사가 이끄는 전통적 학습과 비교해 어떤 좋은 점이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을 벌여왔다. 서밋 같은 프로그램들이 어린이들, 특히 교육환경이 열악한 시골 어린이들에게 고품질의 커리큘럼과 교사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학생들이 컴퓨터 스크린 앞에 너무 오래 묶여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과의 교류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고 주장한다.

전직 교사이자 서밋의 최고경영자인 다이앤 태브너는 지난 2003년부터 일련의 공립 차터스쿨들을 설하고 서밋 공립학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교실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나온 프로그램이 서밋 학습이다. 캔사스에서 터져나오는 반대는 주로 노스텔지어에 관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은 학교가 전과 같이 그대로 있기를 바랍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4년 서밋을 지지하면서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5명의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을 배당했다. 테크놀로지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개별적 필요와 이해에 맞게 배울 수 있고, 교사들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서밋에 9,910만 달러를 후원했다. 

서밋에 반대하고 나선 중부 캔사스의 웰링턴(인구 8,000)과 맥퍼슨(인구 1만3,000)은 밀밭과 공장들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거나 인근 정유공장 혹은 비행기 부품 제조공장들에서 일한다. 

2015년 캔사스는 ‘개별 학습’ 교육 프로그램을 지지했고 그 2년 후 맥퍼슨과 웰링턴 교육구가 대상 교육구로 선정되었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개별적 학습을 약속하는 안내문에 학부모들은 흥분했다.

새 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산수부터 영어, 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목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특수교육 학생들에게서부터 나타났다. 웰링턴에서 야간근무 간호사로 일하는 에이미 잭슨의 딸 메건(12)은 간질을 앓았고, 신경과 전문의는 발작 위험을 줄이려면 하루 스크린 시간을 30분으로 줄이라고 했었다. 학교가 서밋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메건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발작을 일으켰다. 

서밋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도 갈린다. 학습 준비, 시험 채점 등에서 놓여나 학생 개개인을 보살필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는 교사도 있고, 방관자가 되어버렸다는 의견도 있다.

서밋에 대한 맥퍼슨과 웰링턴 학생들의 불만은 겨울쯤 되면서 부쩍 커졌다. 눈의 피로감이 심해졌다, 학생들과 교사들 간의 대화가 그립다,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반응들이다. 

최근 웰밍턴에서는 10여명의 부모들과 학생들이 대책 논의 모임을 가졌다. 동네 집 앞에는 팻말들이 세워지고 있다. ‘서밋’이라는 단어에 빨간 X표를 한 팻말이다. 

지난 가을학기가 끝난 후 웰밍턴에서는 10여명의 부모가 아이를 전학시켰고, 올여름이면 거의 40 가정이 자녀를 전학시킬 계획이다. 아이들을 모르모트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서밋 학습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팻말. 하루 종일 랩탑 앞에서 혼자 공부하는 방식에 학부모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Christopher Smith - 뉴욕타임스>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캔사스의 간호사인 에이미 잭슨이 두 딸 메간(왼쪽부터)과 조딘 그리고 친구 캘리와 함께 섰다. 간질을 앓았떤 메간은 서밋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Anna Petrow - 뉴욕타임스>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실리콘 밸리발 교육개혁‘서밋 프로그램’은 실패작?

캔사스, 웰링턴의 학부모인 톰 레닝은 서밋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다며 아들 토비를 공립 고등학교에서 전학시켰다. <Christopher Smith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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