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싱턴디씨를 다녀온 기념으로 오늘도 워싱턴의 세계 4대 현대 미술관 중 하나인 허쉬혼 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소장된 작품의 작가 중 하나인 마르 로스코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세계 4대 현대 미술관 : 테이트 모던, 퐁피두 센터, 모마, 허쉬혼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는 Tower 1 gallery에 마크 로스코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뮤지엄의 천국 워싱턴에는 많은 미술관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죠? 위싱턴이 뮤지엄의 천국인 이유는, 수 많은 뮤지엄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뮤지엄들이 무료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 많은 대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워싱턴은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렙니다.
이렇게 설레이는 마음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떨까요? 가끔 학생들이 질문을 합니다. 슬픔이나 기쁨 같은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전 마크 로스코가 생각 납니다.
그림은 크게 구상과 비구상(추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상은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고, 추상은 형태가 없는 것이지요. 기쁨, 환희, 슬픔, 절망, 그리고 이별 등은 형태로 표현하기 어렵죠. 이렇게 형태가 없는 감정들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그것이 바로 추상미술이 됩니다. 구상 미술은 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쉽게 알 수 있고 다양한 정보가 드러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상미술은 주어진 정보도 별로 없고 단지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에서 관찰자의 의도대로 읽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상미술이 어렵다고들 하지요.
마크 로스코(1903 - 1970)는 인간의 감정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화가입니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으로 1940년 37세에 추상표현주의에 빠졌으며 '색면 추상 (Color Field Abstract Painting)'이라 불리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 입니다. 서로 부드럽게 섞이는 여러 개의 사각형이 색채로만 이루어져 있는 작품이 마크 로스코 작품의 상징인데요 색채가 여러 겹으로 칠해져 있고 그 색면의 가장자리가 부드럽고 모호합니다. 그래서 그 그림의 색채는 더욱 깊고 널리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들며 이런 특징이 관람자와의 감정적 유대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 나는 추상주의에 속하는 화가가 아니다. 나는 색채나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 비극, 황홀, 운명, 파멸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관심이 있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는 제목조차도 무제에 번호나 색채 명으로만 정하여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타인에게 자신의 그림을 공감 받고 싶은 무의식도 있지만 관람객들에게 상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환기 님도 뉴욕에 머물 때 마크 로스코와 같은 미국 추상화가에 자극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 분도 추상화의 대가이며, 뉴욕시절 고요나 그리움 같은 감정을 추상으로 표현 하였습니다.
이렇게 기쁨, 슬픔, 그리고 그리움 등 감정의 표현도 그림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그림일지라도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모두 다르게 느껴집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슬픔을 느끼는 사람도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추상미술은 보는 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마법 같은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