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Ⅰ한국 38 년(49)
마산 군의학교 8주
기간사병 인솔 하에 군가를 우렁차게 부르며 마산 군의학교에 도착한 위생병 60명은 포병학교와는 달리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도착 하자마자 조교 기간사병들이 군기가 빠지고 정신상태가 되먹지 않고 개판 이라며 엎드려 뻗쳐를 계속 반복 하면서 동작들이 형편 없다고 호통을 치고 양 손으로 귀를 쥐고 토끼뜀을 뛰게 하고 또 제대로 못한다고 갖가지 가혹한 기합을 가하며 고약한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그러면서 군인정신이 들 때까지 밤새도록 기합을 가하겠다고 야단 법석을 하던 기간사병들이 큰 선심이나 쓰듯 특별히 오늘은 먼길을 오느라 피곤 할 것이니 이만 중단하고 의무학교에 온 위생병 여러분들을 환영한다고 한 다음 30 명씩 1 구대, 2 구대로 편성하고 각 부대 구대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부대원들은 구대장의 명령을 따라야하고 구대원들에 대한 모든 문제는 구대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나는 훈련소에서 소대 향도를 한 경력때문에 1구대 구대장에 임명 됐다. 다행히 1구대 구대원들은 온순하고 이해성이 많고 협조적이라 무척 편했다. 의무 학교 교육은 하루 8 시간씩 기초 의무 교육과 응급 조치 및 환자에 대한 간호와 후송 등인데 흥미진진했고 전역 후에도 가정과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될수 있는 중요한 교육이었다. 군의학교는 군대란 특별한 조직 생활뿐 힘들거나 불편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미래를 위한 꿈과 희망이 단절된 3년 이라는 군 생활 기간이 암흑과 같이 앞을 가렸다.
휴식시간 기약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머리를 숙인 채 담배를 열심히 피우고 있는데 누군가 내 앞을 막고 서 있어 고개를 들어보니 대위 계급장을 단 간호장교다. 얼떨결에 멋적게 웃으며 담배를 끄고 일어섰다. 무의식 중에 남존여비 성차별 사상이 발동한 것이다. 여자 상사인 간호장교에게 차렷 자세로 예를 갖추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것은 무조건 내 잘못이다. 나는 군인이고 피교육자이며 상대는 대위 계급장을 단 상사다. 다행히 간호 장교는 이해성이 많았던지 “왜 웃나” 하고 물은 다음 더 이상 거론치 않고 곧 교육을 시작할 것이니 준비하라고 했다. 지금 같으면 군율에 따라 예를 갖추었을 것이다. 아니면 상사인 장교를 무시하고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엄벌에 처하게 될 일이었다.
4 주가 지나자 선임 2 개 부대가 의무교육을 끝내고 각 부대로 배치돼 떠났고 신임 의무병 60 명이 새로 도착해 우리와 똑같은 기압과 토끼뜀을 뛰는 것을 보게됐다. 의무학교에는 4 개 구대장이 있고 4개 구대를 대표하는 근무 생도가 있다. 근무 생도는 4개 구대를 지휘 통솔하게 됐는데 악명 높은 조교 기간사병 홍 병장이 새로 부임해 와 기간사병들과 교육 중인 위생병들의 기강을 바로 잡고 자기의 힘과 권위를 세우려고 4개 구대를 점검한 다음 내무반 정리와 군기가 엉망이고 개판이며 무질서하다고 호통을 치고 4개 부대 위생병들을 연병장에 집합 시킨 후 썩어빠진 군인 정신에 원인과 책임은 구대장들에게 있다고 하면서 구대장들의 정신상태부터 먼저 고치겠다고 단단한 참나무 몽둥이를 들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