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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길 위의 보따리

지역뉴스 | | 2019-07-20 22:22:27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여행의 설레임은 가방을 챙기는 시간부터 시작된다. 꼭 필요할 것이라 선별하며 가방을 채워가지만 벅찬 부피와 무게 탓에 골라내기를 거듭하는 시간조차도 뿌듯한 즐거움이다. 짐싸기가 거듭될수록 노련한 선별감으로 길들여지고 골라내는 시간도 점차 줄어든다. 길 위에서 동행하게 되는 보따리의 실체는 여정과 일치하는 곳이면 어디든 그 곳에 있다. 혼곤한 여정의 끝무렵, 도착하는 곳에서 보따리는 쉼을 얻고 조용히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길 위를 떠다니는 궤도위에는 항상 보따리와 함께 길이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공항 베기지 크라임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방들의 모습모습은 실로 다양하다. 모서리가 긁힌 가방, 검색대 스티커가 겹치고 겹쳐져 손잡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가방, 긴 여정에 시달렸는지 지친 모습이 역력한 가방이며,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주인이 찾아주기를 기다리며 두리번거리는 가방들이 회전대 위에서 쉼 없이 돌고 돌아가고 있다. 가방의 표정만으로도 주인의 연령대와 차림새까지 짐작이 간다. 삶의 면면을 드러내는 가방들 모양새에는 여정의 기쁨과 더불어 고단함도 깃들어있다. 시간의 망명을 끝끝내 완성 하려는 듯 정한데 없이 집을 떠나 길 위를 떠도는 노련한 여행 고수나 달인들은 여정을 담은 보따리의 이끌림에 마음을 내어주며 어디론가 향할 때도 있음이라서 신비스럽게도 나그네 마음의 주인 노릇을 해가며 여정을 떠밀듯 이끌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방을 꾸리다가 문득 도로가 발달되지 않았던 옛 시절이 생각난다. 상인들이나 지방에서 도읍지로 향하는 선비들이 가는 길은 실로 험할 수 밖에 없었을터. 도로라기 보다 오솔길 따라 이어진 길은 최소한의 생필품 봇짐만을 허용할 뿐이라서 어깨나 등에 질수있을 만큼 보자기에 꾸린 봇짐에는 주먹밥과 누룽지도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먹거리 목록이었을 것이다. 걸어서 걸어서 가야만하는 먼 길을 떠날 때 어깨에 매는 작은 괴나리 봇짐에는 짚신이 몇 켤레씩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길을 나서기 위해 만들어진 봇짐에 따라 희노애락이며 일장춘몽에 일취월장 같은 숱한 이야깃거리를 담아내면서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배낭여행과는 관조가 다른셈이다. 어디론가 무엇인가 움직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그런 것들을 담거나 매거나 들고가거나 운반하는 수단이 요구되기에 길 위의 보따리는 숱한 변천사를 거치며 가방이란 것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행가방에 잠겨있는 결적같은 다양한 추억들이 바닷물의 저류처럼 고요한 곡절들이 까마득한 기억줄에서 새록새록 눈을 뜨기 시작한다. 여행에서 돌아오신 아버지의 가방 속이 어찌 그리도 궁금했던지. 동생들과 함께 현관 앞으로 쪼르르 달려나와선 아버지를 뵙게되는 기쁨보다 손에 들려진 가방 속의 궁금증으로 온통 시선이 쏠렸었으니까. 처음으로 만나게 된 신문명의 선물을 안고 잠을 설쳤던 유년의 기억이 포근하다. 여학생 시절 졸업여행 보따리를 꾸렸던 시간들도 아련한 미소를 불러들인다. 여행을 위한 보따리를 싸는 과정이 어찌보면 내밀하고 수선스러운 부분이 있음이라서 대책없이 끼어든 에피소드들이 구태의연으로 나른하고 찌든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기도 하고 언젠가는 다시금 떠날 수 있음을 막역한 꿈으로나마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빛깔로 때론 얼룩진 무늬들로 수놓아진 여정의 파노라마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발자욱이 흐릿하니 지워져가는 그 길을 정감어린 여정이길 바램하며 다시 가방을 채우고 있다.

길 위의 보따리는 명징한 의식 속에서 인생을 비유적으로 계절과 빗대기도 하고 구름과 맞짱을 떠보기도 하며 바람 따라 항시 떠나고픈 설레임을 추스른다. 여행 보따리를 준비 한다는 것은 낯선 풍광을 향한 동경과 내면을 채워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 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권태 해소에 충분하다. 내적 자아를 색다른 배경 앞에서 만날 수 있음이요, 관계의 잡다함에서 벗어나 신선한 자아정립을 도모할 수 있음이요 수세기에 걸쳐 조성된 도시의 건축물이며 자연이 연출해내는 경이롭고 기묘한 정경들을 만날 수 있다는 신성한 조우을 바램하는 울렁임이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지속되는 잔잔한 기쁨 또한 일상의 반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여행에서 삶의 재충전을 충분히 얻게되고 하나님을 향한 무한한 동경이 설렘에서 벅참으로 승화되는 진수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 보고서에는 떠나고, 떠나고 다시 떠나보았지만 길고 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리포트할 것 같음은 매번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될 것 같은 두근거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을 만난다는 것을 뛰어넘어 시선이 걸리는 곳마다에 처음이 탄생되고 최초의 개벽을 만나게되는 행운의 절정을 놓치고 싶지않음에 교요되고 순치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낯선 길 위를 돌돌돌 굴러갈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기는 설램만으로도 인생의 더 큰 의미의 무게를 가늠하게 해준다. 여행은 사유의 지평을 여한없이 열어주는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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