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 파문
판단 유보한 수사 결과 놓고
법무부·백악관 "무죄" 주장
민주 "무죄 결론 아냐" 반박
지난 22개월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 온 로버트 뮬러 특검이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의회에서의 치열한 정치 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법방해 의혹의 경우 명확한 결론 없이 판단을 보류함으로써 정치적 분쟁의 불씨를 남긴 것은 물론 의회 자체 조사로 이어질 개연성도 열어뒀다는 평가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24일의회에 제출한 4쪽짜리 특검팀 수사 결과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2016년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 인사가 공모한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본지 25일 보도> 또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선 여러 증거가 수집됐다면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유보했다.
공모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실상 무혐의 취지의 결론을 도출한 것과 달리 사법방해 의혹은 아무런 사법적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사법방해는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로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뮬러 특검의 수사 측면에서는 러시아 공모 의혹보다 더 관심을 모았던 쟁점이었다.
문제는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 요약본상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 바 장관은 뮬러 특검팀이 보고서에서 "사실에 기반한 철저한 조사를 한 뒤 조사한 (대통령의) 행동들이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뮬러 특검이 대통령의 행동과 의도가 사법방해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관한 법과 사실의 "어려운 이슈"를 미해결로 남겨뒀다는 것이 바 장관의 설명이다. 다만 뮬러 특검은 "이 보고서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그가 무죄라고 밝힌 것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럼에도.바 장관은 특검이 자신과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에게 판단을 남겨뒀다면서 "나와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나온 증거들은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범했다는 사실을 규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특검은 어떤 공모도 어떤 사법 방해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바 법무부 장관과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더 나아가 어떤 사법 방해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측은 당장 수사 결과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날선 공격을 벼르고 있다. 특히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바 장관에게 의회에 출석해 증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법무장관이 아니라 의회이며, 이는 의회의 특권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의회가 자체 조사를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뮬러 특검 수사보고서 전문 공개를 요구하는 민주당 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어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각한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체 없이 완전한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법무 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4쪽짜리 '뮬러 특검수사 요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