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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사서 봤다”잡지보다 잘 나갔던 사보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3-19 09:09:43

사보,기록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2000년 5월 사보(社報) 원조 시비가 일었다. ‘우리 회사 얘기’ 정도를 싣는 회사의 신문 혹은 잡지인 사보에 관심을 크게 가질 일이 없어서인지, 더 큰 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는 재미는 나름 쏠쏠했다. 시작은 현대그룹이었다.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이 1958년 발행하기 시작했다는‘화장계’와 OB맥주가 1960년 발행했다는‘OB뉴스’를 두고‘누가 최초의 사보인가’를 따지던 때였는데, 이들보다 훨씬 앞선 1951년 월간‘현대(現代)‘를 창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초의 사보는 조선운수의 ‘조운(朝運)’

시비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는지를 지금은 알 수가 없다. 당시 보도에 ‘(최초라고 주장하는 사보의) 실물을 입수하지는 못했다’는 부분이 나오는 걸 봐선, ‘그러다가 흐지부지 해졌을 공산이 크다’는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 받는 가장 오래된 사보는 무엇일까. “우리가 최초라고 인정하는 건 1937년 조선운수(현 CJ대한통운)에서 발행된 사보 ‘조운’이다.” 박영식 한국사보협회 전무의 말이다. 그 때 시비와 무관하게, 달리 말해 현대그룹의 ‘현대’, 태평양화학의 ‘화장계’, OB맥주의 ‘OB뉴스’ 어느 쪽도 원조는 아니었다는 다소 맥 빠지는 얘기다.

각종 기록을 찾아봤더니, 실제 조운은 1937년 2월 창간됐다고 한다. 2002년 당시 대한통운이 또 다른 사보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종업원의 교양과 훈련 자료로 활용하고, 가족적 단합과 협조를 도모하며 업무의 개선 진보와 업무상의 연구 및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조운정신을 함양한다’는 게 그들이 찾은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는 창간 목적이었다. 

◇헌책방에서 돈 주고 찾아봤던 사보

업계에서는 ‘역대 주목할 만한 사보’로 몇몇을 꼽는다. 반응이 좋았거나, 내용이 참신하다는 등의 이유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역대급 사보’를 회고하는 식이다. 물론 이런 사보들은 회사 사람들만 보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언제든 볼 수 있었던 ‘회사가 만드는 훌륭한 콘텐츠가 가득한 무료 잡지’였다.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향장’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곧잘 거론이 되는 사보 중 하나다. “1972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604호가 발간 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로 47년째, 한 때 발행부수만 200만부가 넘었고 헌책방에서 돈을 주고 사서 볼만큼 ‘말만 사보였지 잡지나 다름 없었다’는 자랑이다.

시작은 원조 시비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사보, 화장계다. 화장계 역시 태생부터 화제거리였다. 1958년 발간 당시, 그 땐 참 생소했던 패션 트렌드와 각종 문화, 해외 소식, 올바른 화장법과 제품 소개법 등을 담았고,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을 등장시켰으니 읽을 거리가 부족했던 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 화장계의 창간호 표지모델은 한형모 감독의 영화 ‘순애보’에서 주연을 맡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 이빈화였다.

이후 화장계는 1963년 ‘난초’로 잠시 이름을 바꾼 이후 지금의 향장으로 계속 발간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아마 그 때 기업 간행물 중에 전면을 컬러로 제작하고 최고급 용지를 사용한 건 향장이 유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995년까지는 ‘향장 여성문예작품’을 실었는데 여성 작가들이 문단으로 나가는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유명 여배우를 표지 모델로 소개하는 전통도 계속 이어갔다. 2014년 7월에는 전지현이, 2018년 4월에는 송혜교가 표지모델을 장식했다.

199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SK그룹에서 발간한 ‘지성과 패기’가 인기 사보였다. SK 관계자는 “다른 사보와 달리 당시로서는 깊이 있는 인문학담론은 다뤘고,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젊은 대학생들로부터 인기가 꽤나 좋았다”고 말했다. 쌍용그룹은 사보 ‘여의주’를 통해 모금 활동을 펼쳐 각막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지원금을 쓰는 공익 활동을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신문보다 더 신문 같았던 사보신문

한 때 기업들이 각자의 신문을 낼 때가 있었다. 물론 언론사로 등록된 정식 신문은 아니었지만 회사 내 소식 등을 모은 사보 신문을 낸 것이다. 한화그룹이 1970년대 발행한 ‘다이너마이트 프레스’가 있었고, 대우전자의 ‘대우가족’, 기아차의 ‘기아월드’ 등이 지금까지 기억되는 ‘회사 신문’이다.

그 중에서도 ‘포스코 신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사보 신문으로 꼽힌다. 물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도 1971년부터 1997년까지 309권이나 발간한 월간 잡지형 사보 ‘쇳물’이 먼저였다. “매달 15일이 되면 담당 직원이 쇳물지를 배달하겠다고 우르르 몰려가던 게 아직 눈에 선합니다.” 포스코 관계자의 기억이다.

1994년 발간된 포스코신문은 주간으로 나오는 신문이었다. 찍어내는 부수만 평균 9만부. 1면부터 24면까지 포스코 내 각종 소식, 철강과 관련한 국내외 업계 동향, 사업장이 있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지역 소식 등이 빼곡하게 실렸다. 

◇사보에는 회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사보 제작에 관여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사보는 회사의 역사이자, 회사 직원들의 지나온 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록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떤 사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등장 인물만 바뀐 채 그대로 제작ㆍ배포 되는 게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보는 시대 흐름에 맞게 종이 사보를 폐간한 채 온라인에서 웹진 형태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어떤 회사는 공식적으로 사보라는 형태의 사내 잡지나 신문 발간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에쓰오일에서 사보 제작을 했던 구기청 차장은 “외부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사보로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과 브랜드를 뽐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보가 단순히 회사 내 직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 지침이나 계획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회사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회사의 어떤 사보를 기억하시나요.          <남상욱 기자>

“돈 주고 사서 봤다”잡지보다 잘 나갔던 사보
“돈 주고 사서 봤다”잡지보다 잘 나갔던 사보

최초의 공식 사보 ‘조운’을 소개하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의 사보 내용. 

<CJ대한통운 제공>

“돈 주고 사서 봤다”잡지보다 잘 나갔던 사보
“돈 주고 사서 봤다”잡지보다 잘 나갔던 사보

1958년 8월 발간 당시 태평양화학(아모레퍼시픽)의 화장계 창간호. 표지모델은 영화배우 이빈화.     <아모레퍼시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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