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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이제 그만

지역뉴스 | | 2019-03-16 21:21:07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노 부부가 가족 구성원 전부인 한인 가정이 오늘의 화두이다. 얼마 전에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았었는데 어저께 냉동고를 다시 사들였단다. 본인 재정으로 사들인걸 왈가왈부할 순 없는 일이긴 하지만 냉동고를 앉혀야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음이다. 주거지가 시니어아파트이기에 하는 말이다. 아침, 점심식사는 복지 관에서 해결하시는데도 마켓을 열심히 출입하고 계신다. 사생활 개입을 피하느라 들어드리는 것 뿐이지만, 거실 쇼파에 앉기까지 비집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야할 지경인데 냉장고 욕심이 끝이 없으시다. 3년 전, 한국방문 때 거두어온 멸치며 건어물에 한 두 해는 거뜬히 넘긴 식품들이 포장된 모습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있다는 정보를 스스럼없이 얘기하신다. 구석구석 채워져있는 정체묘연한 얼린 음식들이 태고의 빙하처럼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다. 이쯤이면 먹거리 학대가 아닐까 싶기도해서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이 한가득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을 겪은 세대라 포한이 져서일까.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 월동 준비하듯 식료품들을 쟁여놓아야 안심이 되는가 보다. 이렇게 저장해둔 식품들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영감님으로 부터 그만 사들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는데 말이다. 냉장고 문을 열기만 하면 얼음덩이가 된 식품들이 굴러나올 것 같아 냉동고 문을 열 기회는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몇해 전만해도 신상품으로 출시된 일상용품이 눈에 뜨이면 일부러라도 마련하고 싶었고, 눈에 띄는 주방용품이 보이면 눈독을 들이기도 하고 구태여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도 화초들의 가지런한 진열을 위해 화분대를 장만하고 싶은 작은 욕심이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갖고 싶은 확집도 줄어들고 필요한 물품을 메모하는 습관조차도 고사하게 되는 징후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삶의 질과 효용성의 주기가 궁금해진다. 나이 들어감의 조짐이 드러나면서 욕심도 숨을 죽이고 버릴것이 늘어나는 전이를 삶의 주기로 추정해도 되려는지. 

딸내가 마련해주어 오랫동안 써왔던 유리 물병이 아차하는 순간에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부엌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무늬가 예뻤었는데, 모양새도 정이 갔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을 맴돌뿐 일삼아 다시 구입하려는 마음은 선뜻 나서지 않는다. 햇수가 제법된 토스트기가 수명을 다했다. 우리집 할배께서 새 것으로 마련하자며 마트에 들리는 날이면 전자기기 쪽으로 기웃거리신다. 일상을 헐겁게하지는 않기에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라서 토스트기가 아직은 주방에 등장하지 않고있다. 계절이 바뀌거나 모임이나 행사가 있다든지 하면 의상문제로 우물쭈물 해지기도한데 궁상수준은 피하고 싶으면서 다음으로 미루기 십상이라 이런 과정들이 가끔씩 재생되곤 한다. 딸네들의 사랑이 멈추지 않기도 하거니와 입성에 욕심이 없는터라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끼치지 않는다면 단정하고 깨끗하게, 지금 있는 것 만으로도 세상 떠나는 날 까지 해어지지 않고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론이 아직은 유효하다. 입성보다 책을 향한 욕심은 거의 환장지경이다. 반디북에서 책을 받아보기도 하지만 한인타운으로 가는 길이면 의례히 서점들은 둘러보아야 일정이 무난히 마무리된 것 같기 때문이다. 

소통 방법이 다양하게 발전해가고 있지만 여태껏 편안한 소통의 길을 이메일로 해결한다. G-20 폴더형 전화기를 처음 출시된 모델을 남편이랑 공유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자식들이 마련해 주었다는 명분외에 딱히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지. 그 유용성을 충분히 끌러낼 수 있는지, 확연한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최신형 스마트 폰의 용도가  카톡이나 나누는 일 외에 심심풀이 기기로 사용되고 있는 웃픈 현실이다. 디지털 발달로 최첨단 IT의 아성을 바벨탑처럼 쌓아가고 있는 세상 흐름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까. 창조주의 영역을 도전하는 인간의 이기에 무섬증이 인다. 

시니어 아파트로 옮겨오면서 터득한 미학으로 가능한한 비워내며 공간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채워져 있어야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보와는 역주행인 셈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소중한 것들이 세월이 지나다보면 버릴 곳도 마땅치않은 쓰레기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특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시니어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야 무슨 논리가 필요할까. ‘이제 그만 하십시요. 이 땅을 떠난 뒤 부모 유품들을 정리하는 자제분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요. 최대한의 배려를 숙고하십시다’. ‘이제 그만’ 이라는 싸인은 우리네 삶의 여정에 필요, 충분한 조정을 알선하는 중재요, 지혜의 나침판으로 인생의 모든 면에 적용되는 삶의 지침이요 잣대로 활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그만’이 삶의 기틀 깊숙히 자리잡는다면 최소한의 허술한 빈틈을 줄일 수 있음이요, 더없는 성숙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그만’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하루 일상 중에라도 유효한 것이라서 언제고 유출시키고 싶어지는 든든함이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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