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좁다. 한 두 사람만 건너뛰면 아는 사람이다. 산책길에서도 예외없이 한국 분을 만나게 된다. 맥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두어시간 대화를 나누다보면 지인으로 지내게되는 어지간히 좁은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도 한인인구 증가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비교적 연중기온이 애틀랜타 보다 추운 곳에서 이주해 오시는 노년층이 눈에 띄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주거비 절약과 유리한 기후의 장점과 한인인구에 비례해 한인 마트가 많은 편이라 소비자 입장에선 이 또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2세, 3세들을 위한 교육수준에서도 뒤떨어진 편이 아니며 유수한 대학들을 손꼽을 수 있음이다. 주택가격도 대도시에 비해 호조건이라는 여건 또한 애틀랜타를 팽창시키는 역활을 한 것 같다. 노년층 인구증가로 인한 한인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흐름이 어떤 추세로 흘러갈찌는 지켜보아야할 명제인 것 같다. 갑작스런 인구 유입으로 애틀랜타 한인사회 울타리는 낯설음과 서먹함이 교차되고 있다.


I-85 선상에서 남쪽으로 움직이다가 톰 몰랜드 인터체인지에서 I-285 웨스트로 갈아탔다. 심한 정체는 아니었는데 교각 제일 윗 부분에서 서서히 멈추어서더니 10분을 지나도, 20분을 지나도 차들이 꿈쩍을 않고 서버렸다. 멀리로 벅헤드 빌딩이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에서 한가함을 즐기듯 주위에 풍광을 둘러보다가 문득 30여년 전 톰 몰랜드 인터체인지가 준설되고 있었을 때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톰 몰랜드 순환도로가 세워지고 있을 무렵의 애틀랜타 지도상엔 400 도로가 존재하지 않았고 19 도로가 실재하고 있었다. 새롭게 명명된 많은 길들의 등장으로 지도까지 바꾸어 놓느라 애틀랜타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길 가에 무더기로 피어버린 코스모스를 보고서야 가을 문턱에 들어선 것을 눈치 챌 만큼 살아내야한다는 일에 묻혀있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달 빛에 환한 모습을 드러낸 코스모스가 유난히 고와보인다. 계절의 순환이 아름다운 애틀랜타. 삶의 무늬를 함께 만들며 다듬어 온 애틀랜타의 풍광이 은하수처럼 은은하게 녹아들어 애틀란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서른 세해를 견디어온 생의 무수한 이파리들이 사분거리는 바람소리에 잔잔하게 팔랑이며 반짝이고 있다. 아팔라치아 산맥의 신비한 산세[山勢]흐름 끝자락에서 산맥 줄기 스모키마운틴 여러 산봉우리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정기와 맑음이 머물러 있어 전원 모습을 안고 있었던 따뜻하고 정겨운 도시였었다. 한인인구도 기천을 헤아릴 정도여서 혈육처럼 한 솥 밥 식구같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만났지만, 그 무렵의 한인사회는 낯선 땅에서의 서투름과 취약한 정보망이며 어려운 난관들을 따스한 정으로 난제들을 풀어가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했었다. 삼 사십년 전에 둥지 튼 분들을 만날때면 그 시절이 그립다고, 情이 두텁고 따스해서 좋았었노라고 이구동성이다.


봄이면 분분하게 날아다니는 꽃가루 앨러지 탓에 두통이며 눈물로 고통을 감내해야하고 지루하고 긴 여름 사이로 토네이도, 스톰, 허리케인, 열대성 더위까지 끼어드는 여름이며, 가을 정취에 한껏 젖어보려 다가서노라면 가을은 훌쩍 떠나버리고만다. 겨울이면 눈을 기다리며 긴 목이 되기 일쑤라서 어정쩡한 겨울을 보낼 수 밖에 없음이긴 하지만 애틀랜타는 사랑해야할 또 하나의 고향이다. 내 아이들이 순정(純淨)한 꿈을 심고 그 꿈을 이루어낸 곳이라서 마땅히 사랑해야할 땅이다. 내가 사랑하며 살아가야할 애틀랜타에 육신의 장막을 맡껴야 한다는 생각 곁에 유년의 땅이 눈에 밟히는 것은 어쩜인지 모를 일이다. 


1996년도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Atlanta는 급성장하는 도시로 면모를 바꾸어갔고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살기좋은 도시로 알려 지면서 Atlanta는 옛 情을 잃어가고 있다. 꼬불꼬불한 오솔길의 정겨움도 희석된 것 같고 운전 또한 거칠어졌다. 전원의 시골스러움이 좋아 찾아든 곳이었는데 왠지 경쟁의 치열함에 휘말려든 것 같아 일상의 평화로움에 고달픔이 끼어들어 예전 보다는 피곤해진 도시로, 원하지않는 발전으로 달려가고있어 온전히 기뻐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타 지역보다 일찌기 한인회관을 마련한 애틀란타 한인회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차세대를 위한 영향력있는 지원방안과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주류사회와 모국과의 협력증진이 모색되기를 바램해본다. 


봄이면 덕우드가 만개하고, 여름이면 수려한 계곡들을 찾으며 더위를 식히고 가을이면 장엄한 산줄기가 만들어낸 단풍의 장관을 만끽하며 겨울이면 나목이 즐비한 풍경을 따라 애틀랜타의 전유물 같은 꼬불고불한 로칼길로 접어들며 구비진 산자락을 따라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진면목도 지니고 있다. 도시의 원숙함에 어우러지며 흥미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사랑해 가려한다. 적당히 자리잡은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조화로운 어울림이 공존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한다. 애틀랜타에 첫 발을 딛는 새 식구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골고루 안겨지며 함께 살아가야할 땅으로 융성한 번창이 이루어지기를 기원드린다. 애틀랜타여. 내내 번영하거라. 소중한 추억을 쌓아온 곳으로, 소중한 추억을 쌓아갈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