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대 출신 29세 동갑내기

 “일에 지쳤다” 사직 후 길 떠나

 아프리카·유럽·중동 등 긴 여정

 369일째 테러그룹에 참변


 “악도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은

 대체로 친절하고 경이롭다”



지난달 말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서 외국인 자전거 여행객들이 산길을 달리던 중 기습 공격으로 4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동차가 이들을 고의로 들이받은 후 총과 칼로 잔인하게 죽인 이 사건이 발생한 후 테러그룹 IS(이슬람공화국)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사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국적자들과 함께 피살된 나머지 2명은 29세 미국인 남녀로 확인됐다. 1년 전 워싱턴 DC에서 전문직을 사직하고 세계여행 긴 여정을 떠난 두 젊은 연인이었다. 2017년 7월 미국을 떠난 후부터 이들이 ‘심플리사이클링닷오르그’라는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중심으로 뉴욕타임스가 그들의 스토리를 보도했다.


왜 직장을 그만두고 자전거 세계여행을 떠나느냐는 물음에 대한 이 젊은 커플의 대답은 단순했다: “계속되는 회의와 텔러컨퍼런스, 근무일지 작성과 패스워드 바꾸기가 너무 지겨워졌다”

“이 위대하고 광활하고 아름다운 세계 어딘 가엔 마법이 있을 것”이라고 지난해 아프리카로 자전거를 부치기 전 걸프렌드 로런 조히건과 함께 직장에 휴직 통보를 낸 제이 오스틴은 블로그에 적었다.

그들의 생각은 대체로 옳았다.

여정 319일 째, 한 카자크 남성은 트럭을 멈추고 인사를 하며 아이스크림 바를 건넸다. 342일 째, 그들이 텐트를 쳤던 초원엔 한 가족이 현악기들을 들고 찾아와 야외 음악회를 선사했다. 359일 째, 키르기스스탄의 산정에서 만난 포니테일 소녀들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힘든 일도 많았다. 타이어 펑크, 으르렁대던 개들, 얼음 우박과 질병. 그러나 29세 동갑내기인 오스틴과 조히건 두 사람에게 이런 힘든 일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인간적 유대의 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여정 369일 째였던 지난 7월29일,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렸던 이들의 젊은 꿈은 낯선 나라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남서부의 산길에서 스러져 버렸다. 다른 외국인 사이클리스트들과 함께 달리던 이들에게 한 자동차가 미친 듯 달려든 것이다. 차에서 내린 일단의 무장 청년들은 칼과 총으로 이들을 다시 공격했다.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테러그룹 IS가 공개한 흐릿한 셀폰 촬영 동영상에는 사이클 행렬을 지나쳤던 대우 세단 한 대가 급격한 U턴을 한 후 중심을 잃은 이들을 마구잡이로 덮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일행 중  4명이 사망했다. 오스틴과 조히건, 그리고 스위스와 네덜란드에서 온 사이클리스트들이었다.

사건 발생 이틀 후 IS는 범인들로 확인된 5명의 청년들이 IS 깃발 아래 앉아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을 카메라를 바라보며 “믿지 않는 자들을 죽이겠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오스틴과 조히건이 추구했던 삶의 신념과는 정반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여행 내내 이 커플은 블로그에 함께 글을 올렸고 자신들이 구현하고 싶었던 열린 마음과 타인들이 보여주었던 친절한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했다.

“낯선 타인을 자기의 집으로 들이며 환영했던 그 사람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세상에 보답을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나도 다른 사람을 내 집에 환영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오스틴은 적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던 오스틴은 조지타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연방주택도시개발부에서 일했고 남가주 출신의 조히건은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 행정처에 근무했다.

과잉소유·과잉소비를 지양하는 미니멀리스트인 오스틴은 ‘성냥갑(Match Box)’라고 이름 붙인 140 스퀘어피트 크기의 초미니 주택을 직접 지어 살았다. 모기지 부담도 없어 무급휴직을 감행할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의 직장에선 매년 봉급 인상과 휴가 연장 중 택일 할 수 있었는데 오스틴이 매해 택한 것은 긴 휴가였다.

처음엔 스쿠터를 타고 국내 여행을 다녔고 다음엔 유럽에서의 철도여행, 다음엔 나미비아, 그 후엔 1주일간의 인도 여행으로 이어졌다.

2012년 만난 조히건도 여행을 좋아했다. 한 여름을 베이루트에 체류하며 아랍어를 배웠고 마드리드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하며 스패니시에 유창해졌다.

두 사람이 계획한 세계 여행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고된 행군이었다. 두 사람은 아이슬랜드 험한 계곡에서 한 달간에 걸친 자전거 여행의 예행연습도 완료했으며, 모든 짐을 스스로 지고 다녀야 했으므로 패킹에 앞서 가져갈 물건의 무게 하나하나도 정확하게 측정했다. 모자 2온스, 태블릿 11온스… 식이었다.

몇 달간 여행경비를 모으고 짐을 꾸리는 준비를 마쳤으나 더 큰 결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기간이 휴가연장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길었다. 지난 여름 직장을 그만둔 후 오스틴은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난 내 생애 가장 좋은 날들을 직사각형의 화면 앞에 앉아 잿빛으로 보내는 것이 지겨워졌다… 내가 등 돌리고 앉아있는 동안 너무나 많은 석양을 놓쳤고, 너무나 많은 폭풍을 지켜보지 못했으며 너무나 많은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세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2017년 7월23일 사우스아프리카 남단에서 시작되었다.

한밤중에 길을 잃어 프리웨이 옆에 텐트를 쳤다가 인근 원자력발전소 경비원의 도움으로 트럭을 얻어 타고 캠프장으로 옮긴 일도 있었고 모래사막이 너무 깊어 자전거에서 내려 밀고 가야할 때도 있었다. 화씨 95도의 폭염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들을 본 보츠와나의 한 남자는 타고 가던 차를 멈추고 얼음물을 건넸으며 며칠째 샤워도 못한 채 갈라진 아스팔트길을 가는 그들에게 모로코의 한 가족은 하룻밤 숙식을 제공하며 다음날 아침 다시 길을 떠나는 그들에게 홈메이드 브레드를 선사했다.

“악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체로 인간은 친절하다. 때로 이기적이고 때로 근시안적이지만 친절하다. 관대하고 경이롭고 친절하다”라고 오스틴은 그가 남긴 블로그의 글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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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의 제이 오스틴과 로런 조히건.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한 29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2017년 7월 사우스아프리카를 출발점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했고 369일째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서 테러그룹 IS의 공격을 받아 피살됐다.         <뉴욕타임스, 심플리사이클링닷오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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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과 조히건을 포함한 자전거 여행객들이 살해당한 후 IS(이슬람공화국)는 이번 테러의 용의자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