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선비들의 발자취 따라... 한고개, 두고개 옛길을 걷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8-06-29 09:09:34

경북,문경,고개,옛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새재 초입 위치한 국내 유일 옛길박물관

길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품고 손님맞이

겸재가 감탄했다는 교귀정 아래 용추

시시각각 빛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 일품

문경(聞慶)새재는 복된 길이다. 새재는 조선조에 과거라는 국가고시가 시작되고 수많은 공시생이 경사스러운 합격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하며 넘어갔던 길이다. 

한양으로 가는 길은 여럿 있었지만 영주와 단양 사이에 있는 죽령(竹嶺)을 넘으면 ‘죽죽’ 미끄러지고 영동군과 김천시 경계의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굳이 새재를 택했다. 하지만 새재는 험한 길이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쉬어 넘는다’고 하는 소리가 있을 정도니 도로 사정이 안 좋았을 옛날, 이곳을 넘기란 과거 공부만큼이나 고생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넘기 힘들었던 그 고개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 중 하나가 됐다. 2015년 생태관광자원 부문에서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상을 받았다고 좋은 관광지이고 못 받았다고 해서 나쁜 관광지일 리 없지만 그래도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쳤다면 신빙성의 순도가 낮을 리 없다. 새재로 들어가는 초입 오른편에는 옛길박물관이 있다. 김귀남 해설사는 “길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품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길 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을 지나 새재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은행나무·단풍나무를 가로수로 나란히 조성해놓았다.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잎새를 노란색·붉은색으로 염색하고 다시 이곳을 찾는 나들이객들의 눈을 홀릴 것이다. 가로수 넘어 잔디밭에 이름 모를 나무들이 듬성듬성 식재돼 있어 수종을 물었더니 김 해설사는 “사과나무인데 인공적으로 식재한 것이 아니라 원래 과수원이 있던 자리라 옮겨 심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나타나는 조령 관문 중 첫 번째 관문 주흘관은 300년 전에 축성된 문루다. 관문과 성곽의 형태를 갖춘 사적 제147호 주흘관을 뒤로하고 30분가량 더 걸어 오르면 교귀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찰사가 임명을 받으면 전임자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으로 1470년 축조했다가 불타 없어진 것을 1999년에 복원했다. 교귀정 앞에는 굵은 소나무 한그루가 길 가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려는 듯 상반신을 구부리고 있는데 이 모습이 가관이다. 소나무 가지는 위쪽에서 보면 새 모양을 하고 있고 아래쪽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소나무일 뿐이다.

교귀정 아래쪽에는 용추가 있다. 가뭄이 길어지면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김 해설사는 “이곳은 겸재 정선이 현감으로 재임하던 중 진경산수로 표현했을 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최근에는 사진작가 김중만씨와 함께 방문했었는데 ‘시시각각 바뀌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가 일품’이라며 떠날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문경에는 두 곳의 용추가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가은읍 완장리에 있는 용추를 용추계곡으로, 새재에 있는 이곳은 그냥 용추라고 부른다. 이곳 용추는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 때 궁예가 죽는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조선왕조는 임진왜란 이후 50년도 안 돼 또 병자호란으로 국토를 유린당했다. 그렇게 뜨거운 맛을 두 번이나 보고 나서 1708년(숙종 34년) 석성(石城)과 함께 세운 관문이 바로 이곳이다. 제1 관문인 주흘관에서 3㎞ 정도 더 가면 제2 관문인 조곡관이 나온다. 1관문과 3관문의 딱 중간쯤이다.

조곡관이 문경 조령의 중간에 자리 잡은 까닭은 임진왜란 후에 충주사람 신충원이 이곳에 성을 쌓으면서부터다. 신충원은 숙종 34년(1708) 조령산성을 쌓을 때 매바위 북쪽에 있던 옛 성을 고쳐 쌓았고 이를 중성으로 삼아 조동문이라고 이름 붙였다. 제3 관문인 조령관을 보려면 이곳에서 3.5㎞를 더 올라가야 한다. 문경새재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3관문 조령관은 북쪽에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한 용도로 축성됐다. 선조 때 공사를 시작, 숙종 때 중창한 3관문은 중요한 교통로 역할을 했지만 1907년 불이나 소실됐다. 하지만 홍예문과 누각, 좌우의 석성 135m는 지난 1976년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글·사진(문경)=우현석객원기자 

사진제공=문경시청>

선비들의 발자취 따라... 한고개, 두고개 옛길을 걷다
선비들의 발자취 따라... 한고개, 두고개 옛길을 걷다

1관문 주흘관은 300년 전에 축성된 문루다. 관문과 성곽의 형태를 갖춘 사적 제147호 주흘관은 조령 관문 중 첫 번째 관문이다.

선비들의 발자취 따라... 한고개, 두고개 옛길을 걷다
선비들의 발자취 따라... 한고개, 두고개 옛길을 걷다

제 1관문인 주흘관에서 3km 정도 더 가면 제 2관문인 조곡관이 나온다. 1관문과 3관문의 딱 중간쯤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지아 최고 아름다운 캠퍼스 두 곳은
조지아 최고 아름다운 캠퍼스 두 곳은

GA 베리 칼리지, 스펠만 칼리지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64에 선정  대학을 선택할 때 학생이 고려하는 기준 목록이 있다. 대부분의 목록에서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학 캠퍼스의 모

47년 전 실종된 어번대학생 사망 원인 '미확인'
47년 전 실종된 어번대학생 사망 원인 '미확인'

카일 클린크스케일스 사건 종결3년 전 차량과 유해 발견돼 수사 1976년 1월에 실종된 조지아 출신 어번대학교 학생의 사건이 이제 종결되었다고 트룹카운티 셰리프 사무실이 이번 주에

바이든, 안보지원·틱톡매각법안 서명…"우크라 지원 즉각 시작"
바이든, 안보지원·틱톡매각법안 서명…"우크라 지원 즉각 시작"

"마가 공화당원이 우크라 지원 막는 사이 北 등은 러에 무기 제공"틱톡 미사업권 최장 360일내 매각 않으면 금지…바이든, 언급 안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전 의회가

사립학교 전학, 홈스쿨링 학생에 6,500 달러 지원
사립학교 전학, 홈스쿨링 학생에 6,500 달러 지원

켐프, 스쿨 바우처법(SB233) 서명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23일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에 진학하거나 홈스쿨링을 택한 K-12학년 학생 1인당 연간 6,500 달러의 바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5월 4일 오후 2시, 일대일 상담도 대입전문 JJ에듀케이션이 1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5월 4일 학원에서 대학원서(Common Aplication)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하이브 "뉴진스 컴백에 최선을"…멤버들-민희진 간 유대감이 변수뉴진스, 소속사 변경 쉽지 않아…민희진, 감사 답변·자산 반납 아직 안 해뉴진스 팬들 트럭 시위…"버니즈는 하이브 소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뉴욕에서 바를 운영하는 마이클 레이놀즈는 비즈니스 검색 사이트인‘옐프’(YELP) 등록을 요청한 적이 없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픈한지 몇 주 안 돼 옐프 측에서 바에 다녀간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조지아주 달튼 공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큐셀 등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한 설비나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관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개그맨 조세호, 유재석 /사진=tvN‘유 퀴즈 온 더 블럭’ SNS개그맨 조세호가 오는 10월 20일 결혼한다.24일(한국시간 기준)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애틀랜타 한국학교(교장 심준희)는 지난 20일 고급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주제로 외부 강사 특강을 개최했다. 안소현 케네소주립대학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