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자” 60년간 1,173회 헌혈

 혈액속에서 특별한 항체 발견

 신생아 240만명 질환 예방



제임스 해리슨은 14세 때 수술을 해야 했다. 그 수술에서 상당량의 수혈을 받고서야 살아날 수 있었던 해리슨은 회복 후 어른이 되자마자 자기가 받은 생명의 빚을 갚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난 60년 동안 주사바늘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가 호주 전역에서 몇 주에 한번씩 헌혈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의학 전문가들은 놀라운 발견을 했는데 해리슨의 혈액에 아주 특별한 항체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호주 적십자 혈액 관리자들에 의하면 이 항체는 200만명 이상의 아기들을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약물 제조에 꼭 필요한 희귀 항체였다.

해리슨의 혈액을 사용한, 학자들이 안티 D(Anti-D)라고 부르는 약은 1967년부터 지금까지 300만회 이상 어머니들에게 투약되었다. 

지난 주 해리슨은 시드니에 있는 타운홀 혈액 기증자 센터에서 마지막 헌혈을 하기 위해 나타났다. 81세의 고령자로서 이제는 헌혈을 중단할 때가 됐다고 적십자 의료 관계자들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로 불리는 해리슨이 마지막으로 팔을 내밀었을 때 그의 머리 위로는 ①①⑦③이라고 쓰인 4개의 은색 풍선이 두둥실 떠올랐다. 그가 평생 헌혈한 숫자였다.

“한 시대가 끝났습니다. 계속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슬프더군요” 

철도공사 관리자로 일하다가 은퇴 후 뉴 사우스 웨일스에 살고 있는 해리슨의 소감이다. 

그가 기여한 일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십자에 따르면 임신 중인 호주 여성의 약 17%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안티 D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이 주사는 호주 전역에서 160여명 정도의 헌혈자들이 기증한 혈장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주사를 맞지 않으면 엄마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기들은 신생아 용혈성 질환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관계자들은 그동안 해리슨의 혈액이 240만명 이상의 아기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추산했다.

해리슨의 혈액에 특별한 항체가 있음이 발견된 것은 그가 헌혈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1960년대였다. 그의 혈액은 바로 그들이 찾던 것이었다. 그의 몸은 용혈성 질환을 예방하는 항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데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해리슨조차 알지 못한다. 단지 자신이 틴에이저 때 수혈 받은 피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추측이다.

학자들은 그에게 최초의 기증자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고, 그렇게 안티 D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호주 적십자의 대변인 젬마 팔켄마이어는 해리슨과 같은 헌신된 헌혈자가 다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무한감사를 표하면서 학자들은 해리슨이 자연 생산하는 항체들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James in a Jar project)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켄마이어에 따르면 의학 전문가들은 기증자들이 항체를 생산하도록 자극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독감과 같은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모든 잠재적 기증자들이 적합한 혈액형을 가졌더라도 해리슨처럼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각계의 찬사가 쏟아지고 호주 정부의 명예훈장이 수여된 이유다.

해리슨은 그동안 수많은 어머니, 간호사,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의 딸 트레이시 멜로십도 아버지의 혈액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아버지 덕분에 건강한 두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특별한 감사를 게시했다.

이 모든 칭찬에 대해 해리슨은 그저 짧은 유머로 답했다.

“인구 증가의 책임이 나한테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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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헌혈을 위해 침대에 누운 제임스 해리슨. 호주의 240여만명의 아기들이 그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사진 Tara Delia/ 호주 적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