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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추석이나 설이면 설빔이나 새 신발을 받곤 했다,
그중에도 기억나는 것은 예쁜 신을 받았을 때,
흰 운동화나 연분홍빛 운동화를 받으면 밤새 껴안고 잤던 기억,
가끔 이 나이에도 그 분홍 신을 신고 학교 다니던 그때의 꿈을 꾼다,
어쩌다 학교 뒤 수돗가에서 고여있던 흙물에 신발이 젖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속이 상했지,
지금도 운동화를 전문으로 파는 곳에 가면 예쁜 분홍빛
운동화를 찾아 눈이 바빠진다,
얼마 전에 교회에서 이제 백일도 안돼 보이는 아기 발에
신겨있던 분홍운동화와 장난감 같던 그 아기의 발과 신발,
갑자기 심장이 널뛰고 내 나이를 잊었다,
그 아기는 천사가 아니었을까.
나도 분홍 신을 신으면 천사처럼 보일까,
어릴적 저녁이면 우리 집으로 티비 보려 몰려들던 동네 아이들.
라디오 연속극을 들으며 울고 웃던 동네 아줌마들,
소풍이면 동네를 진동시키던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동네 개도 김밥을 물고 다니던 시절,
그때의 분홍 운동화는 지금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그것을 신고 있으면 하늘도 날것 같고 긴 강도 건널 수 있을것 같았지,
얼마를 신다가 시커메지면 할머니가 박박 빨아주셔서 햇볕에 말리면
그 신은 이쁜 분홍빛이 바래고 더이상 곱지가 않다,
그때의 속상함과 억울함.
한국의 큰올케가 엄마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봄꽃이 화창한 어느곳에서 예쁘게 찍힌 나의 엄마의 모습,
사진을 확대해보니 내가 사드린 빨간 운동화를 신고
아이처럼 웃고 계셨다,
팔순이신 울엄마 아직도 이쁘시네
오늘 밤 꿈엔 그신 신고 아버지 만나러 가보세요,
두분이 다정히 손도 잡으시고 안아보시기도 하세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