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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하늘의 별로 계신다면

지역뉴스 | | 2018-05-12 19:19:54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적기라는 말을 빌려 돌아가신지 25주기를 맞는 어머님께 못다한, 미쳐 철없어 꺼내지도 못했던, 지금이라도 어머님께 꼭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각나는 대로 주섬주섬 모아본다. 40대에 홀로 되셔서 5남매를 키워오신 어머니의 삶의 흔적들이 소용돌이치듯 살아온 곤고함이 진한 노을이 되어 먼 하늘에 비치듯 어리어있다. 생을 향한 기력이 모조리 닳아져 외로움조차 바닥이 나버린 것 같았다. 청상과부의 몸둘 곳은 극히 제한 된 것으로 부부가 모이는 모임은 물로이려니와 여러 가정이 모이는 곳에서조차 함부로 시선을 처리해서도 않되는 형벌이 주홍글씨가 되어 생활반경까지 제한받게되는 어려움들이 쌓이고 쌓여 대인기피증으로 오해받기에 이르렀던 어머니의 지친 삶이 큰 딸에겐 시대적 비애로 돌리기에는 허허로운 핍진으로 남겨져 있다. 

가문의 대소사는 물론이거니와 종가의 많은 분들을 보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종친을 외면하지 않으며, 소유를 나누고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삶을 이어오셨다. 보기드문 삶의 위엄과 배려를 함께 지니시고 진리 앞에 비굴하시지 않으셨으며 남다른 친절과 격려의 은사를 가지신 분이셨다. 자라오면서 누구나 어머니처럼 살아가시는 줄로만 알았다. 어머님의 작은 부분이라도 익혀왔으면 좋으련만. 몸소 삶의 지혜를 진수를 보여주셨건만 어찌 이리도 닮은데 없는 모녀의 상태로 나이들어버린걸까.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의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미욱함이 원망스럽다. 내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해드리지 못했던 과실을 겸손히 고해드리듯 용서를 빌어본다.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다사롭고 달콤한 사랑한다는 말이 왜그리도 쑥스러웠을까.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는 말이 이율배반처럼 가슴을 후빈다. 부모가 되어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야 부모의 늙음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때늦은 후회가 먼 기적소리처럼 아리다. 

용서와 배려와 성숙한 관용을 보여주셨는데도 어머니의 딸은 사랑에 인색하고 격려에도 넉넉하지 못함에 많이 안타깝다. 기도로 밤을 세우시며 긍정적으로 심어주신 다정하셨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바람에 스치우듯 집중하지 못한 애석함에 목이 아린다. 내 삶 깊숙한 곳까지 어루만져주시며 자신감을 심어주시던 어머니의 희망에 닿지 못했던 일들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늘어간다. 넘치도록 받아온 사랑이라서 문득문득 전화를 드리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 엄마가 돌아가실 즈음의 나이가 되어버렸네요. 큰 손녀가 올해 대학을 졸업해요. 둘째네 큰 아들도 대학 2년차로 멋진 청년이 되어있구요, 큰 손녀 바로 아래 손자도 대학 신입생의 자리를 즐기면서 어른스럽고 든든한 모습이랍니다. 딸내 모두 감사하기에 바쁠만큼 즐겁게 보람있게 성실한 가정들을 일구고 있어요. 언제나 듬직하고 믿음직한 삶의 행보를 지켜가고 있어서 제 자리는 손주들과 사위들을 믿어주며 든든한 보루가 되어주는 일에만 열중하면 되는 행복한 할머니로 보내고 있답니다.’ 어머니의 온유한 답신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회한이 몰려온다. ‘험한 세상이다. 하루를 기도로 열며 사는 날 까지 감사에 게으르지 않으며 진리와 선 앞에서 비굴하지 않으며 주님 영광을 위해 건강을 잘 지켜내야 한다. 너는 착하고 자랑스러운 내 딸이었다.’ 잔잔한 여울이 지듯 귓속을 파고든다. 뒤늦은 뉘우침이 통회로 회환으로 가슴이 찢어진다. 

내게는 늘 이렇게 삶의 촉매제가 되어주셨던 어머니가 계셨다는 사실이 가슴에 울혈을 만들만큼 떨림이 인다. 영원한 어머니의 딸로 살아가리라. 마음을 다진다. “어머니, 주위에 피해가 가지 않는지 늘 돌아보겠습니다. 이순을 넘기면서 사는 보람과 의미를 찾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진정한 행복을 몰랐다고 술회드립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어머니 처럼 존경받는 삶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어머니의 사위는 인기와 박수만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철이 들지않은 사람에서는 벗어나 있으며 그리 큰 후회의 자국은 남기지 않은 것 같애요. 은퇴하기 까지 주어진 일을 사랑했고, 삶의 보람으로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드리는 기쁨을 깨달은 사람이예요. 정신적으론 상류층의 여유를 갖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쯤되는 쾌적한 노년의 할아버지가 되어있네요. 어머니의 딸은 문화적인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글쓰기의 삶을 살고있음을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천둥벌거숭이 딸을 세상에서 제일 귀한 딸로 키워주신 어머니의 후광을 누리게 됨을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깊은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하늘의 별로 계신다면 매일밤 만날 수 있을텐데. 어머니 가슴이 미어지도록 보고싶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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