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카드 시대’일부 업소들 고객과 마찰

   미국 법적으론 문제 없어, 캐시 온리도 무방

   카드사는 요지부동… 결국 업주 선택의 문제



#1.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을 찾은 김모씨 가족은 계산을 위해 크레딧카드를 내놨다가 현금만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가 현금이 없어 당황해하자 식당 종업원은 친절하게 김씨 업소 한켠의 ATM으로 안내했고 직원의 웃는 얼굴 때문에 불평을 할 수 없었지만 김씨의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2. 친구와 만난 이모씨는 타운내 한 제과점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8.50달러를 계산하려고 카운터 직원에게 크레딧카드를 제시했다가 10달러 미만은 현금만 받는다는 사인을 발견했다. 점심은 친구가 계산했기 때문에 커피는 본인이 사려고 했는데 현금이 전혀 없어 또 다시 친구에게 신세를 지게 돼 이씨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소매업소에서 크레딧카드 결제를 둘러싸고 업주와 소비자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편의성을 바라는 고객들은 현금 결제를 원하는 업주를 비판하고, 업주들은 ‘카드 수수료 빼면 남는 게 없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LA 한인타운에는 앞선 예처럼 일정 금액 미만은 현금 결제만 가능한 업소가 있는가 하면, 아예 업소 내부에 ATM을 설치하고 고객을 유인해 모든 결제를 현금으로만 받는 곳도 있다. 또 특정 회사의 크레딧카드는 받지 않는 업소도 적지 않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런 업주들의 조치가 혹시 위법은 아닌지 궁금할지 모르겠지만 연방 법은 물론, 가주 법으로도 모두 합법이다. 현금만 받거나, 카드 결제를 위한 최소 금액을 정해두는 건 업주의 판단이고 이런 까닭에 주류사회에도 일정 금액 이상만 카드 결제를 받는 곳이 많다.

실제 한인타운 내 한 베이커리는 10달러 미만은 현금으로만 받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빵값이 비싸지 않아 10달러 미만 결제도 많은데 거래 1건당 무조건 2% 가량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 한다”며 “크지 않은 액수지만 모두 합하면 절대 무시 못할 큰 금액이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10달러의 2%면 20센트지만 점심시간 1시간여 동안 100여명의 고객들이 결제를 하는 걸 감안하면 20달러가 수수료로 나간다.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추산해도 150달러 이상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으로 한달이면 4,000달러 이상이다.

평균 거래금액의 1~3% 선인 카드 수수료가 업주들의 경영환경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업주가 판단했을 때 소액이라도 카드를 받고 박리다매 식으로 더 많이 파는 것이 이익이라면 소액 결제도 카드로 받는다.

한 커피샵 업주는 “한때 10달러 미만은 현금으로만 받았는데 고객 불만이 많았다”며 “불편하고 불쾌해하는 고객 입장을 고려해 지금은 금액에 제한 없이 주시는대로 카드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소비자도 업주도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인데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한인타운에서 대표적인 ‘불통’ 카드로 꼽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주 최근 20년래 최대폭으로 업주에게 적용되는 거래 수수료를 낮췄다고 밝혔는데 인하폭이 0.05~0.06%포인트였다.

평균 2.37%로 낮아진 셈인데 업주를 위한 결단이라기 보다는 비자나 마스터카드에 비해 130만개 가량 적은 가맹점 숫자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회사 측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인하폭이 미미하다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더해져 효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한편 크레딧 카드는 이용도나 이용액 차원 모두에서 주된 결제 수단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조사한 전 세계 평균 카드 결제액은 2000년 61달러에서 지난해 36달러로 절반 가량 줄면서 소액 결제에도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이 늘고 있는 점을 보여줬다.

또 지난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3.6%가 현금 보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로 연령대 별로는 40세 이하의 34.4%, 41~59세의 31.4%, 60세 이상의 23.1%가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