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순(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
직업이 강단에서 가르치는 교수이다 보니 늘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때로는 미리 약속을 잡고, 때로는 아무 예고 없이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만나기를 청하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하루에도 수 차례다. 만나기를 청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 모든 이유들 가운데, 대화에 임하는 내 마음을 가장 진지하게 하는 질문이 있으니 바로 다음의 질문이다. “교수님, 이제 졸업까지 1년 정도 남았는데, 졸업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나 또한 대학생 시절에 무수히 던졌던 질문이기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며 고민했던 내 스스로의 마음을 기억하기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젊은이의 마음에 드리워진 무게도 어려움 없이 짐작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철이 들어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려니와, 이 질문을 일반화 시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진지하고 심각한 인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된다.
어느 누가 미래를 알아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답을 줄 수 있을까? 결국 같은 질문을 가지고 인생을 조금 더 살아 본 사람으로서 그저 그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무수히 반복되는 대화 가운데 공통분모처럼 포함되어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한번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는 질문을 나누게 된다. “그래, 그런데 너는 무엇을 하며 살고 싶니?” 어렵지 않고 단순한 질문이건만, 많은 학생들은 말문이 막히고 당황해 한다.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기 때문이란다.
비단 젊은 학생들뿐이랴. 나이 먹어 주어진 고단한 생업 가운데에서 끈질기게 최선을 다하는 우리 어른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주어진 삶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인생일지라도 “무엇을 하며 살고 싶었는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할 때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이 바란 삶의 모습과 달라 후회가 있을지언정, 그래도 온갖 어려움 가운데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온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그나마 장한 훈장이 되니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약동하는 젊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은 인생을 설계하고 노력을 경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아무리 지혜로운 조언이라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인생의 길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는 것은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지도 않으려니와 매력 없고 지루한 일상이 되어 그로부터의 도피로 이어지기 쉽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잊어버리고 “무엇을 하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지”에 초점을 둔 질문에만 답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가진 그 많은 잠재된 가능성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젊은이들이 열정을 쏟아부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내가 하고 싶은, 꼭 하고 싶은 일을 깨달아 뛰어드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