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이탈리아선 야채가게 옆 매장, 한국선 백화점 1층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3-12 10:10:21

명품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유럽·일본에선…

에르메스·까르띠에·구찌 등 

길거리 상점들과 나란히 영업 

백화점선 대중브랜드와 함께 판매

한국에선… 

백화점에 리뉴얼 비용 물리고 

자매브랜드 입점 요구도 예사

소비자는 줄서야 입장 가능

# 최고급 비스포크 슈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위스 루가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에르메스·샤넬 등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명품’ 점포들이 시장에서 야채·식료품·소시지 가게 등과 한데 어울려 영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서울·수도권이나 부산 등 대도시 백화점에서만 이들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고객 수준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것 같다”며 “한국만 그들을 명품이라고 받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높은 콧대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스위스 등 유럽 현지나 일본에서조차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스위스 루가노 역시 에르메스·까르띠에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길거리 상점들과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며 “불가리 등 보석 브랜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도 비슷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1층만 고수하는 한국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반 대중 브랜드와 섞여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얼마 전 오사카 한신백화점을 다녀온 패션 기업의 김모 과장은 “쇼윈도를 가진 국내 부티크형 매장과 달리 명품 브랜드들의 매장이 사방이 뚫린 채 한국의 스튜디오 톰보이나 럭키슈에뜨와 같은 대중 브랜드 옆에서 과도한 디스플레이 없이 평범하게 장사하고 있었다”며 “아무 생각 없이 봤더니 구찌였다”고 떠올렸다. 

반면 한국은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2005년에는 롯데백화점 명동점이 명품관을 오픈할 당시 그 앞에서 장사하던 노점상에 대한 강제철거를 두고 노점상인들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입점 시 높은 몸값을 과시하며 매장 리뉴얼 비용을 상대 유통업체 측에 물리는 것은 물론 자매 브랜드까지 동시 입점을 요구하는 무례를 범하는 것도 예사다. 

업계 전문가는 “문화 사대주의에 빠진 한국 소비자들이 야기한 현상”이라며 “명품 과시 욕구가 어떤 나라보다 강해 유독 한국에서만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럭셔리 브랜드 다수가 입점됐는지가 백화점의 등급을 결정할 정도로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탓에 이들이 백화점에 입점할 때부터 굴욕적인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일례로 몇 년 전 모 백화점은 샤넬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4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샤넬을 모셔왔다. 

아울러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들은 오픈 당시 명품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걸고 명품 모시기에 올인하기도 했다. 

예컨대 루이비통 브랜드 입점 하나에 사활을 걸고 오너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루이비통 하나만 입점되면 매출이 당장 급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면세점 입점을 요청 받았을 때 자신의 딸이 있는 크리스찬디올을 비롯한 브랜드를 줄줄이 함께 입점시켜주기를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1~2층 일부를 터서 루이비통이 통으로 쓸 수 있도록 리뉴얼도 강요했다”고 귀띔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유독 한국에서 배타적이며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대략 14조원으로 세계 8위에 달한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다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서라도 한국 시장은 전략적 요충지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명목이라는 이유로 출입 시 줄을 세우거나 심리적 벽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쇼윈도를 통해 들어올 때부터 ‘아무나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탈리아·스위스 같은 명품의 원산지에서도 에르메스가 인근 가게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신비감과 위화감을 조성해 고객을 오히려 골라내는 느낌이 들 정도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30대 직장 여성 이은주씨는 “명품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블랙슈트를 입은 ‘어깨 넓은’ 남성들이 지키고 서 있어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이 있는 싱가포르 루이비통만 가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고 그 앞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한국은 직원들조차 콧대 높게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고객을 골라가며 상대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르메스는 인기가 많은 버킨·켈리백의 경우 아무나 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판매가 잘 되거나 인기가 높은 제품은 일반 고객에게 내놓지 않고 VVIP에게만 공개할 정도로 고객 차별도 서슴지 않는다. 

<심희정 기자> 

이탈리아선 야채가게 옆 매장, 한국선 백화점 1층
이탈리아선 야채가게 옆 매장, 한국선 백화점 1층

스위스 루가노 한 시장. 까르띠에 매장이 야채 등 식료품 가게 옆에 위치해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지아 최고 아름다운 캠퍼스 두 곳은
조지아 최고 아름다운 캠퍼스 두 곳은

GA 베리 칼리지, 스펠만 칼리지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64에 선정  대학을 선택할 때 학생이 고려하는 기준 목록이 있다. 대부분의 목록에서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학 캠퍼스의 모

47년 전 실종된 어번대학생 사망 원인 '미확인'
47년 전 실종된 어번대학생 사망 원인 '미확인'

카일 클린크스케일스 사건 종결3년 전 차량과 유해 발견돼 수사 1976년 1월에 실종된 조지아 출신 어번대학교 학생의 사건이 이제 종결되었다고 트룹카운티 셰리프 사무실이 이번 주에

바이든, 안보지원·틱톡매각법안 서명…"우크라 지원 즉각 시작"
바이든, 안보지원·틱톡매각법안 서명…"우크라 지원 즉각 시작"

"마가 공화당원이 우크라 지원 막는 사이 北 등은 러에 무기 제공"틱톡 미사업권 최장 360일내 매각 않으면 금지…바이든, 언급 안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전 의회가

사립학교 전학, 홈스쿨링 학생에 6,500 달러 지원
사립학교 전학, 홈스쿨링 학생에 6,500 달러 지원

켐프, 스쿨 바우처법(SB233) 서명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23일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에 진학하거나 홈스쿨링을 택한 K-12학년 학생 1인당 연간 6,500 달러의 바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JJ에듀, 11학년 대상 대학원서 세미나 연다

5월 4일 오후 2시, 일대일 상담도 대입전문 JJ에듀케이션이 1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5월 4일 학원에서 대학원서(Common Aplication)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민희진 '엄마'로 따르던 뉴진스 앞날은 어떻게 되나…팬들 트럭 시위

하이브 "뉴진스 컴백에 최선을"…멤버들-민희진 간 유대감이 변수뉴진스, 소속사 변경 쉽지 않아…민희진, 감사 답변·자산 반납 아직 안 해뉴진스 팬들 트럭 시위…"버니즈는 하이브 소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인터넷 댓글,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달기

뉴욕에서 바를 운영하는 마이클 레이놀즈는 비즈니스 검색 사이트인‘옐프’(YELP) 등록을 요청한 적이 없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픈한지 몇 주 안 돼 옐프 측에서 바에 다녀간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미국정부에 동남아산 태양광 관련제품 관세 요청

한화큐셀 조지아주 달튼 공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큐셀 등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한 설비나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관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조세호·9세 연하 연인, “’유퀴즈’서 결혼 발표”

개그맨 조세호, 유재석 /사진=tvN‘유 퀴즈 온 더 블럭’ SNS개그맨 조세호가 오는 10월 20일 결혼한다.24일(한국시간 기준)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아시안, 코리안 아메리칸 역사 배웠어요"

애틀랜타 한국학교(교장 심준희)는 지난 20일 고급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주제로 외부 강사 특강을 개최했다. 안소현 케네소주립대학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