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기 전에 설국을 만나게 되려나하고 기웃대는 즈음에 애틀랜타에 첫눈이 내리고 있다. 밤 새 내린 눈으로 하얀 아침을 만난 적은 있었지만 소담스런 눈송이를 맞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다니. 하얀 세상을 마주한 설렘을 누르지 못하고 앞을 가리며 쏟아져내리는 눈을 온 몸으로 맞이해본다. 마구마구 쏟아지던 눈이 삽시간에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한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황홀한 설국의 하얀 세상을 하염없이 걸어본다. 모든 오감에 집중하며 꿈 속처럼 떠 다니는 것 같다. 탄성이 절로 터진다. 카메라 셔트를 부지런히 누르게 된다. 온 마을이 하얀 눈으로 그윽한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음이 새롭듯 여유로워진다. 대지를 덮어주는 넉넉한 포근함이 곤곤한 인생들의 심성 구석구석으로 까지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낯선 이국에서 이방인의 삶을 꾸려왔는데도 민족정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숯검댕이로 눈과 코를 심고 빨간 모자를 씌웠던 추억들을 떨칠 수가 없다.이렇게 정겨운 서정에 젖어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두고온 고향이 떠오르고 눈 덮인 고국의 산하가 먹먹하게 다가온다.

스톤마운틴 공원을 찾았다. 평상시처럼 찾아드는 방문객이 줄어서인지 적적하고 소슬하기 까지하다. 눈이 쌓인 호젓한 숲길과 나목에 피어난 눈 꽃이 한 폭의 그림이듯 단아하다. 순백 신비는 설레임을 부추기고 막연한 그리움까지 쑤석거리며 책동한다. 허공을 맴돌다 머뭇거리듯 살포시 지축에 내려앉는다. 수선스럽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은 요요하고 오솔한 기품을 잃지않으며 평화로이 내리고 또 내린다. 낙엽으로 질펀하게 덮혀버린 하얀 오솔길이 깊속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유적한 산 속을 걷고있는 느낌이다. 나목에 쌓여가는 눈송이들의 기교가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쌓여가는 모양새는 같은 것 하나 없지만 눈 알갱이들이 서로의 맨살을 부비며 몸을 포개가며 사랑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어보인다. 눈부시다. 삭막한 나목을 위해 하얀 눈꽃을 피워주려 찾아온 것 마냥 설화를 피워내고 설국의 산호숲을 이루자며 몸부림으로 난무하는 눈 꽃의 향연에 마음이 떨린다. 

매섭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면 자꾸만 초라해져가는 노심이 싫어 이렇게 하얀 눈이라도 내려주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를일이다. 세월의 속도감을 감지할 수 없을 만큼의 흐름 앞에 송구영신 절기가 다가서면 더 없이 누추해지려는 노심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경건한 마음을 담으라며 포근히 감싸주듯 오랜 친구의 긴요하고 절실한 손길이 되어준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솔한 의미는 자신이 이룬 모습 그대로 자신을 사랑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이렇듯 오염된 세상을 찾아온 것은 세상을 바꾸려거나 뒤엎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며  깊음 위에 머물며 생을 응시해 보라는 것일게다. 하얀 눈의 전령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아닐까. 뭇 인생들의 순수를 일깨우고 무거운 고뇌를 말갛게 닦아주는 부드러운 탄력감이 결코 세상과는 뒤섞이지 않으려는 오기같은 몸짓으로도 보인다. 설국의 꿈은 어떠한 자극에도 고고하며 무채색 꿈을 피워내며 깨끗한 세상을 바램하며 전설처럼 하얗게 소복소복 익어가고 있다. 드 넓은 호수 위에도 사뿐사뿐 거침없이 내려앉는다. 아늑한 물안개가 서린듯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마치 혼곤히 가라앉듯 짙푸른 호면위로 자맥질하듯 삭막한 심정으로 내려앉는 것 같다. 

설국을 이루고 하얀 세상에서 평안을 얻으며 포근한 행복을 안겨주려는 빈틈없는 용의로 쏟아져내리고 있음이 진적하다. 어쩌면 바람기 조차 없는 날에 우리를 찾아왔을까. 세상 근심을 덮으며 우리네 마음에도 하얀 설국을 이루도록 따뜻한 온기를 지펴주고 종일 세상을 도야하며 절마해내고 있다. 옷깃 여밀짬도 없이. 서로를 껴안듯 따뜻해지고 싶었던 눈 송이들이 깊은 밤 시간에도 쉼 없이 처연하게 내리고있다. 흰눈이 배풀어준 절경 속에서 자연의 위여함으로 평온을 나누어준 힘을 보게된다. 겨울 초입이라 아득한 것 같지만 설국은 겨울에라야 만날 수 있는 선물이라서 마지막 선물이 되지않기를 침복하듯 빌어본다. 하얀세상이 모처럼의 쉼을 누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