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가 휩쓴
카리브 해
섬나라 쑥대밭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을 휩쓸고 가면서 ‘지상낙원’으로 묘사됐던 카리브 해가 좀비들의 땅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보도했다.
앞서 어마는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5 수준으로 카리브 해 섬나라들을 강타했다.
앤티가바부다, 앙귈라, 생마르탱, 생바르텔레미 등 작은 섬나라에서 어마로 인해 최소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던 스테이시 알바라도는 WP에 “사람들이 좀비처럼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주민과 관광객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섬은 완전히 휩쓸렸고,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완전히 ‘워킹데드(좀비 드라마)’ 같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100만여명이 대피한 쿠바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가로수가 꺾이는 동시에 도로는 거대한 강이 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산타클라라 시에서만 39개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일부 주민들은 동굴로 몸을 피해 당국의 구조 뗏목을 기다리는 상태다.
쿠바 기상당국이 11일까지 홍수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호단체 케어의 리처트 패터슨은 “시 전역, 아니 국가 전역의 전기가 끊겼다”며 “전기 설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카리브 해 전역에 걸친 혼란 상황으로 약탈과 강도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완전히 황폐화됐다. 주민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구호를 요청하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주민 레이닌 블랑셰트는 페이스북으로 지난주 어마가 닥친 이후 연락이 끊긴 가족과 친구들을 찾고 있다. 그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10번 이상 글을 올렸다”며 “소식이 전혀 없다. 이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가 전체가 박살난 앤티가바부다 당국은 역사적인 재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앤티카바부다 당국은 “우리 나라의 약 90%가 어마로 황폐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바부바 섬은 건물의 100%가 무너졌다.
국제적십자연맹의 얀 절프랜드는 “앤티가바부다 당국은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부터 이재민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어디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국가 등은 카리브 해에 소재한 자국 영토의 위기에 대한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어마가 지나간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령 생마르탱에 오는 12일 방문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네덜란드령 세인트 마르틴에 있던 미국 시민들도 10일에 미국 본토로 몸을 피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긴급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부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극적으로 어마의 피해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사연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세인트존에서 오래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로런 보켓은 집 화장실에 갇혔다가 겨우 구출됐다.
그는 “억겁의 시간을 견디며 세상이 끝났다고 믿었다”며 “우리의 정상적인 모든 것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카리브해.jpg

허리케인 어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인 10일 카리브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모습. 상당수의 건물들이 파괴돼 있다.